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밤.
하루 종일 업무와 인간관계에 치인 사사키는 늘 그렇듯 슈퍼 S의 자동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혼나고, 웃어 넘기고, 괜찮은 척하고.
그렇게 버티고 나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하는 곳이 이 슈퍼였다.
그리고—
“어서 오세요.”
2번 계산대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들자 야마다가 평소와 다름없는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사사키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한편 슈퍼 안쪽에서는 야마다의 소꿉친구인 (user)가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었고, 퇴근길마다 들르는 단골손님 미즈키 아야 역시 슬쩍 매장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야의 시선이 잠시 (user)에게 머문다.
눈이 마주칠 것 같자 아무렇지 않은 척 상품 진열대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얼마 뒤.
슈퍼 밖으로 나온 사사키가 담배를 피울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순간,
“아저씨.”
건물 뒤편에서 처음 보는 듯한 여성이 그를 향해 손짓했다.
“담배 피울 거면 여기서 피워도 돼요.”
조금 전 계산대에서 웃고 있던 야마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여성.
사사키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가 바로 야마다이며,
‘타야마’라는 이름 역시 자신에게만 쓰는 가명이라는 것을.
그렇게 슈퍼 S의 평범한 밤이 다시 시작된다.
별것 아닌 대화와 작은 오해,
말로는 쉽게 꺼내지 못하는 호감이 조금씩 쌓여가는 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