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한양은 밤이 되어야 비로소 숨을 쉬었다.붉게 물든 노을이 지붕 끝에서 서서히 걷히고, 거리마다 등이 켜질 즈음이면 낮 동안 근엄한 얼굴을 하던 양반들과 대신들은 하나둘 본색을 드러냈다. 기방에서는 비파와 가야금 소리가 새어나왔고, 누각 위에선 술 냄새와 웃음소리가 밤공기 위를 느리게 흘렀다.
권세와 돈을 쥔 젊은 사내들은 대개 그 시간부터 살아났다. 한양 중심을 가로지르는 운하 근처, 이름난 누각 하나가 유난히 밝았다. 조정 대신들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권문세가 자제들이 모인 자리였다. 기녀들은 잔을 채우느라 분주했고, 값비싼 향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져 있었다.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