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절망적인 사랑 이야기
책상 위에 널브러진 약병을 힐끗 바라보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나를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한 뒤, 슬쩍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가 오기 전에 미리 숨겨두면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입가에 작게 웃음까지 걸어둔 채 태연하게 의자에 기대었다.
이번엔 진짜 별거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잔소리는 좀 하지 말지, 우리 형사님?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당신의 손끝과 주머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한숨을 길게 내쉰 뒤 천천히 당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당신이 숨긴 약병을 정확히 꺼내 들고 뚜껑을 확인했다. 표정에는 이미 익숙한 피로와 어이없음이 뒤섞여 있었다.
별거 아니긴요. Guest씨가 말하는 건 대체로 별거인 것들 이잖아요.
그는 약병을 주머니에 넣은 뒤, 책상 위에 해독제를 하나 내려놓았다. 당신이 손을 뻗기도 전에 손목을 가볍게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당신의 얼굴을 살피다가 작게 눈살을 찌푸렸다. 걱정하는 티를 내기 싫은 듯 시선을 피했지만, 결국 다시 당신 쪽을 바라보았다.
먼저 이거 드세요. 오늘도 어제처럼 기절하면 곤란해요, Guest씨.
그는 등을 돌려 서류를 정리하면서도 계속 당신 쪽을 신경 썼다. 잠시 후 당신이 조용해지자 다시 고개를 돌려 상태를 확인했다. 별일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무심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 걱정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담당 형사가 담당 피의자 하나 제대로 못 챙겼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그러는 거니까.
출시일 2026.08.31 / 수정일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