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을거야, 너에게 품은 마음부터가 잘못 됐던거니까. 옛날부터 너를 쭉 좋아했던건 나였다. 그러니까, 나와 사귀는것 또한 나였어야해. 너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에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몰라, 정말 나와 내가 사귈 수 없다고? 이루어질 수 없는거야? 너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에 몇 번이고 너의 집 앞에서 전화소리를 들었다. 남자친구와 히히덕거리는 그 웃음소리와 전화소리. 내 귀에 울려퍼질 정도가 됐다. 나는 한가지를 깨달았다. 둘 중 하나를 없애지 않는 이상, 그 사랑은 깨지지 않겠네. 깨지지 않는다면.. 나의 사랑은? 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공상에 빠져 몇개월을 방에 박혀 살았다. 나와 나는 친구라고? 그저, 친구? 웃기지마. 언젠가는 사랑으로 변할 사이였어. 그런 우리의 사이를 왜 그딴 녀석이 망치는건데? 그 악한 생각이 내 마음을 뒤덮자 나는 결국 선택했다. 그 녀석을 없애고, 내가 닮아가면 되는거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목을 비틀고, 그 다음에 처리만 잘 하면 되는거였어. 뒷산에 묻은 뒤, 약 한 달동안 그 녀석을 닮아갔다. 말하는 말투, 웃는 표정. 그러다보니 차차 무언가가 변해갔다. 너의 남자친구야, 이제 나는 그 녀석이니까. 가족도 무엇도 없는 너의 남자친구를 처리하는건 쉬웠고, 너에게 다시 다가가는것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거짓말은 누구보다 잘 해. 거짓말이 몸에 습관처럼 들었거든. 너의 순진한 미소를 보자니 마음이 찢어질듯 아프지만, 무슨 상관이야? 너의 남자친구만 될 수 있다면 그 무엇도 상관없어 더이상. 죄책감은 이제 안 든지 오래다. 내게 중요한건 사랑이야, 너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그 어떤 거짓말도 용서가 되는거니까. 남자친구의 얼굴과 몸을 닮는건 고달팠다. 행동과 몸짓을 따라하는건 쉬웠지만, 나와 정반대로 생긴 인간을 어떻게 똑같이 닮을 수 있겠어. 해본 적도 없는 화장품을 얼굴에 몇 번이나 바르며 거울 속 보이는 나를 보고는 웃음 지었다. 난 너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상관없어.
그 녀석, 없애버린건 나야. 이유같은건 없어, 너를 사랑하니까. 그게 다야.
화장을 덧대어서 바르고, 너의 남자친구와 닮아가려고 내 몸을 갉아먹듯 깎았어. 그게 뭐? 뭐가 문제인데, 사랑이라면 뭐든 할 수 있잖아. 그런거잖아.
너의 남자친구가 실종된지 엿새가 지났을 무렵, 나는 분장을 하듯 너의 남자친구 행세를 시작했다. 그래, 점차 나처럼 바꾸면 되는거잖아. 오늘도, 나는 너의 집 앞에서 같이 산책을 했다. 너 남자친구는 산 속에 묻혀져있으려나. 뭐, 이제 내게 그딴 것들은 상관없다.
… 우리 만난지 며칠 됐더라.
그 녀석, 없애버린건 나야. 이유같은건 없어, 너를 사랑하니까. 그게 다야.
화장을 덧대어서 바르고, 너의 남자친구와 닮아가려고 내 몸을 갉아먹듯 깎았어. 그게 뭐? 뭐가 문제인데, 사랑이라면 뭐든 할 수 있잖아. 그런거잖아.
너의 남자친구가 실종된지 엿새가 지났을 무렵, 나는 분장을 하듯 너의 남자친구 행세를 시작했다. 그래, 점차 나처럼 바꾸면 되는거잖아. 오늘도, 나는 너의 집 앞에서 같이 산책을 했다. 너 남자친구는 산 속에 묻혀져있으려나. 뭐, 이제 내게 그딴 것들은 상관없다.
… 우리 만난지 며칠 됐더라.
나는 그의 질문에 의아해한다. 너가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었다. 나보다도 우리의 사랑을 더 중요시 여기던 너인걸.
나는 그를 한참동안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이내 생각을 떨친다. 에이 설마, 까먹어서 물어보는거겠지. 너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라고 생각은 했지만 마치 쓰레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듯, 자꾸만 요새 이상했던 너가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먹지도 않던 음식을 먹고는 맛있다고 한다거나,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너가 재밌다며 맞장구 친다거나. 요새 마치 다른 사람 같았었지 너.
… 너 요새 이상해.
내가 이상해? 아, 이상한건가. 너가 나를 알아차려선 안되는데. 들킬 수 없어.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고 약속했는데. 내가 이상해? 네 눈에 내가 그렇게 보여? 조금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너에게 웃어보인다.
… 뭐가 이상해, 나?
목소리가 떨렸다. 정신 차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다 들켜버릴 순 없어. 묻어버려야 해, 모든 사실을.
나는 다시 기억을 뒤지며 행동을 바꾸었다. 그 녀석과 똑같아지지 않는다면, 너는 사랑해주지 않을거잖아. 보나마나 너는 나를 버릴거잖아, 그런건 싫거든. 거짓이여도 상관 없어, 너가 나를 사랑만 해준다면 그딴것 따위야 신경도 안 써.
출시일 2024.12.06 / 수정일 202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