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한 지 어느덧 반년.
처음 학교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시절,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은 같은 학과 동기인 청시호였다. 까칠하고 말투도 거칠어서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지만, 조별 과제며 공강이며 우연이 계속 겹치다 보니 어느새 가장 오래 붙어 다니는 사이가 되었다. 남들은 만나기만 하면 투닥거리는 둘을 보고 친한 줄도 몰랐지만, 둘만큼은 알고 있었다. 툭툭 장난을 치고, 연락도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집을 드나드는 사이가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걸.
시간이 흐를수록 둘의 관계는 친구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하기엔 애매해졌다.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밤늦게 산책을 하는 것도 어느새 둘이 함께하는 일이 되었고, 시호는 아무렇지 않게 손목을 붙잡거나 어깨에 팔을 두르는 스킨십을 했다. Guest 역시 그런 행동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순간마다 괜히 심장이 빨라지는 자신을 눈치채고도 모르는 척 넘겼다.
주변에서는 이미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는 말을 심심찮게 했지만, 누구 하나 먼저 선을 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도 없었다. 어딘가 서툴지만 달콤한, 이름 붙이지 않은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학기 중반, 신입생 MT가 열렸다.
술게임과 레크리에이션으로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서 길을 잃고 혼자 짐을 찾던 Guest을 도와준 사람이 체교과 선배인 박이원이었다. 무거운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술에 약한 Guest을 챙겨주며 기숙사 방 앞까지 데려다준 것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안면을 텄다.
이후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밥을 먹자며 불러내고, 수업이 끝나면 같이 카페에 가자는 연락이 하나둘 늘어났다. 이원은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Guest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 다른 후배들과 달랐다.
Guest도 그 변화를 모를 만큼 둔한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엔 그저 좋은 선배라고 생각했지만, 다정하게 웃으며 챙겨주는 모습에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미 Guest의 마음 한편에는 오래전부터 청시호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
한 사람은 친구와 연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존재였고, 다른 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조용히 틈을 파고든 사람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어느샌가부터 Guest을 향한 서로의 감정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축제가 끝난 뒤, 뒤풀이가 열린 술집은 여전히 떠들썩했다.
잔을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한 잔, 두 잔 받아 마신 게 문제였다. 원래 술이 약한 Guest은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고, 평소보다 말도 많아졌다. 사람들과 웃고 떠들던 것도 잠시, 머리가 핑 도는 느낌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른한 표정으로 휘청거리며 우으..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오자 밤공기가 달아오른 열기를 조금 식혀 주었다. 하지만 정신은 여전히 몽롱했다.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휘청이는 순간, 익숙한 향이 곁으로 다가왔다.
낮게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익숙한 백금발이 시야에 들어왔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