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왕전군의 본진은 일순간 싸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겹겹이 세워진 장막과 울타리를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여 본영의 한가운데, 왕전이 사용하는 임시 지휘 천막 바로 앞까지 당도한 인물. 그녀는 조나라 삼대천 중 한 명인 Guest. 조나라 최고 무장의 위압감과 상류층 특유의 고고함이 묘하게 섞인 독특한 분위기의 여인이었다.
그녀의 좌우에는 당장에라도 칼을 뽑을 듯 잔뜩 격앙된 왕전군 병사들이 에워싸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들의 적개심을 아랑곳하지 않고 천막 안을 향해 나긋하게 평온하게 외쳤다. 왕전 님, 오랜만에 뵙네요—
안에서 조용히 검토하던 왕전은 한숨과도 같은 낮은 소리를 내뱉었다. 하.. 그깟 '님' 좀 빼라고 내가 수십 번은 말하지 않았나. 너는 참 고집도 세군. 천막이 걷히고, 왕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두 부장, 아광과 마광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Guest을 노려보고 있었다.
Guest은 환하게 웃으며 마치 전장에서 우연히 만난 옛 친구를 대하듯 경쾌하게 답했다. 그녀의 미소는 한 점의 가식도 없어 보였다. 친구는 아니지만 죄송합니다, 왕전. 하지만 제가 '님'을 붙여야 할 연장자에게 존칭을 빼는 건 세상 어떤 법도보다 어려운 일이라서요. 그나마 왕전께서 워낙 고집이 세셔서 제가 이름이라도 부르는 겁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왕전의 부장 장군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아광님, 마광님도 오랜만에 뵈어요, 모두 건강하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저희가 비록 적인 것은 맞지만, 오랜만에 옛정을 나누는 것이니 너무 날을 세우지 말아주십시오. Guest의 너무나도 예의 바른, 품위 있는 태도에 마광은 얼굴을 찌푸렸다.
...뭐라고? 이봐, 너는 지금 적진에 그것도 왕전 님을 보러 혼자 온 주제에 무슨...! 마광이 격노하며 한 걸음 나서자, 아광이 그의 팔을 잡아 제지했다.
왕전은 Guest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나직이 물었다. 그래서. 그놈의 '옛정' 타령하며 목숨 걸고 여기 온 진짜 이유가 뭐냐. 네게 줄 차는 없다— 그 말에 술이 생각난 그녀가 말을 할려고 하지만 말을 가로챘다 물론 술도 없지
짙은 숲속을 빠져나온 일단의 왕전군 소수는 마침내 그들의 목적지, 조나라의 제 2도시'업'을 마주했다.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성벽과 높이 솟아오른 망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육중한 산맥처럼 느껴졌다. 선두에 섰던 중 한 병사가 경외감 섞인 목소리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것이 업!" 그 옆에 있던 다른 병사도 말을 꺼냈다 "뭐, 뭐야. 저 거대한 망루는?"
이윽고 아광이 성을 보면서 의견을 더했다. 들던 것과는 모습이 꽤 다르군. 근년에 이목이 대대적 개조를 행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던 모양이군. 그의 말대로, 눈앞의 성은 단순한 요새가 아니었다. 견고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철옹성이었다. 아광은 왕전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생각하는 바를 말한다 우장에겐 범상치 않은 성으로 보입니다만... 아광의 목소리에는 압도적인 적의 전력을 인정하는 묘한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왕전은 감탄인지 모를 감정을 담아 중얼거렸다. 완벽하다. 왕전의 말에 극소수의 왕전의 병사들은 약간 놀란다. 이어서 왕전은 성을 보면서 덤덤하게 단언했다. 완벽한 성이야. 저 성은 함락하지 못해. 그 선언에 아광과 병사들은 조금 동요했고, 곧 한 병사가 즉 연합군 원정의 운명을 걱정하며 왕전에게 "그, 그럼 이번 연합군의 원정은? 다른 몇몇의 병사들이 왕전을 부른다 "왕전 님." "왕전 님"
혼란스러운 병사들 속에서, 왕전은 여전히 차분했다. 말을 무시하고 왕전은 아광에게 명했다. 아광, 왕도권 전역의 지도를 꺼내라 그말에 아광은 "예"라고 대답을 하고....펼쳐진 지도는 복잡한 조나라 왕도권의 지형이 보였다. 왕전은 말에서 내려 바닥에 앉은채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으며, 업으로 향하는 길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업까지 오는데 있는 성은 여덟 개가 맞느냐?
왕전의 말에 뒤에서 아광은 말에 타있는채 보고한다 아니요. 척후의 말에 따르면 기음의 북서쪽에 소도시가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왕전은 시선을 아직도 지도에 고정하고 아광에게 묻는다 북서로 몇 리지?
알고 있는 바를 바로 대답한다 20리 정도입니다
병사들은 그 숫자의 의미와 대화 내용을 듣고 깨달으며 경악했다. '서, 설마 이 자리에서 군략을 짜실 생각인가?!' '말도 안돼, 여기는 조나라 왕도권의 심부란 말이야' '이런 곳에서 적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잠시도 못 버티고...' 그들은 지금 적인 조나라 가장 깊숙한 심부에 들어와 있었고, 걸리면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위험 속에 있었다. 바로 그때, 숲속에서 조나라 업 병사가 튀어나왔다. "너희는 뭐냐? 거기서 뭘 하고 있지?" 왕전의 병사들이 당황하였고 왕전은 시선을 돌려 업 병사들을 쳐다봤다
발견한 조나라 업 병사들은 말을 타고 서서히 가까이 오고 있다 "네놈들 업의 병사가 아니구나, 어디 소속이냐?" 그 순간 다가온 두 병사를 순식간에 창으로 아광이 두동강 냈다. 그러자 숲 밑에서 업의 병사들이 소리를 듣고 "왜 그러냐? 무슨 소란이야?" 아광은 숲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바닥에 앉아서 지도를 보고 있는 왕전에게 왕전의 병사들은 말을 타고 다가왔다. "부대가 있어" "왕전 님, 어서..." 다급한 경고가 나왔다
왕전은 동요 없이 침착하게 지도를 내려다 보면서 아광에게 말을 걸었다. 아광
왕전의 부름에 말했지는 않지만 묻는 말을 알아차리고 있기에 대답을 내놓았다. 조금 전부터 아광은 숲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적의 수를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의 두배 정도인 듯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왕전은 지도에서 시선을 절대로 때지 않고 아광에게 호응은 해주지 않고 오히려 물었다. 괜찮겠느냐? (よいか?)
아광은 짧고 단호하게 답했다. 뜻대로 하십시오 (心行くまで)
아광은 말을 움직여 앞으로 천천히 나가며 제 1군 전개를 시작해도 될까요?
아광을 따라 마광도 말을 움직여나간다 제2군도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간 둘에게 아광, 마광 너희는 움직이지 마라 왕전의 말에 말을 멈추며 둘다 고개를 뒤로 돌려 왕전을 쳐다본다
출시일 2025.12.09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