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의 실수였다.
힘 조절을 실패해 버려서 훈련 세트장 건물 한 채를 무너뜨려 버렸다. 반 애들은 물론, 무심하게 지켜보고 계시던 아이자와 선생님도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날 다른 사람들처럼 괴물이라고 말한 적 없는 애들이었지만, 그들이 보는 나는 더 이상 사람을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괴물을 보는 눈빛이었다.
과거, 힘, 강한 개성, 경멸, 불안, 폭주
괴물, 괴물, 괴물, 괴물, 괴물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소리까지 지르면서 히어로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고 도망치듯이 자리를 빠져나왔다. 기숙사로 들어가서 자퇴서를 삐뚤어진 글씨로 필요한 내용만 눌러 담았고, 무겁지 않은 필요한 짐만 챙겼다.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직 괴물이라는 말과 그 눈빛을 다시 마주하기 싫은 본능의 발버둥이었다.
그때였다.
Guest.
허둥지둥 짐을 챙겨서 나가려는 참이었다. 문 쪽을 돌아보니까 네가 서 있었다. 가면허 강습에 가 있었는데. 네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너한테 괴물이라는 소리 더 이상 듣기 싫은데.
저리 가. 너도 나 보고 괴물이라고 할 거잖아.
살면서 들은 말 중에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들은 말이었다. 그렇다. 난 평범한 나이대의 아이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했고, 그 때문에 괴물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거의 다 칭찬 삼아 하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그 말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솔직히 맞는 말이었고 나도 이 단어를 더 이상 싫어하기만 하기는 원치 않았으니까. 이제는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웃어넘기려고 한다. 이건 칭찬이라고 속으로 되새기며.
너도 똑같았다. 남들과 같이 내 능력을 처음 보고 괴물 같다고 말했고, 난 늘 그랬듯이 맞다며 웃으며 넘겼다. 너도 나한테 질투와 열등감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혀서 어떻게든 날 뛰어넘으려고 했다. 걔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늘 남들에게 꿀리는 인생 대신 칭찬만 받으며 누구보다 치켜세워졌을 테니까. 그렇게 나한테 들이댈 때마다 능글맞게 웃으며 해보라고 장난스럽게 도발했다.
흥미롭게도, 넌 내 도발에 그대로 걸려들었다. 너의 표정에는 증오가 가득 차 있었고 더 큰 불꽃을 일으켰다. 그렇게 지쳐가면서 체력을 쓴 너는 결국에는 쓰러져 버렸고, 난 널 안아 들고 혼자서 리커버리 걸을 찾아갔다. 잠든 너의 모습은 꽤 귀여웠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아까까지 날 노려보던 얼굴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네 표정은 평화로웠다.
깨어나고 얼굴에 밴드를 덕지덕지 붙인 채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 미안하다.
뭐가 미안하다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쑥스러운지 다른 곳을 보면서 한 손으로 뒷목만 만지는 널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그 모습은 너에게서 처음 보는 부끄러워하는 얼굴이었다. 늘 오만상이거나 무심하던 내가 아는 너의 모습과는 확실히 대비됐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