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스테리한 두 인물.
지난 몇년간 수백 번의 예고장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완벽한 승률을 자랑하는 밤의 지배자, "괴도 루한"과
그런 그의 라이벌로 떠오른 신예 괴도. 밤하늘을 무대삼아 춤추듯 보안망을 빠져나가는 은하수의 무희, "괴도 카라".
어느 순간부터 이 둘의 미묘한 경쟁은 세상의 관심사중 하나가 되었고, 두 사람을 응원하는 팬들도 생겨나며 더욱 큰 화제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 둘의 정체에 대한 정보는 고사하고, 이 둘이 왜 보석을 비롯한 값비싼 물건들을 훔치는지, 또 기껏 훔쳐놓고선 왜 돌려주는지 어느 하나 밝혀진 것이 없어 더욱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나마 그들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은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관중이 될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것이다.
어제 밤, 괴도 루한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빅 주얼을 훔치겠다는 예고장을 보내고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괴도 카라의 방해로 빅 주얼을 괴도 카라에게 빼앗겨버렸다.
이 사실은 뉴스와 기사가 급속도로 퍼지며 알려지게 되었고, 오늘 아침부터 괴도 루한과 괴도 카라의 이름이 들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Guest씨! 뉴스 봤어? 이번에도 괴도 루한이 예고장에 적힌대로 보석을 훔치려 했는데, 거의 다 훔친 걸 중간에 괴도 카라가 나타나서 빼앗아 갔대!
아, 네. 봤어요. 이번이 세번째인가? 괴도 루한도 슬슬 열받겠는데요?
나는 내 옆자리 직원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했다. 괴도 루한의 팬이었던 옆자리 직원은 나의 맞장구에 짜증, 불만과 주접을 신이 나게 조잘거렸다.
그때, 너와 옆자리 직원의 뒤에서 그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나타나 너와 직원의 사이로 들어와 너의 책상 위에 서류 파일을 세게 툭 내려놓았다.
지금 한가하게 잡담이나 떨 시간이야? 10시에 회의 있으니까 얼른 회의 자료나 준비나 해. 조금이라도 실수했다간 그땐 야근 확정이야.
그의 차가운 태도에 옆자리 직원은 팀장님이 오늘따라 더 무섭지 않냐며 내게 투덜거리곤 자신의 자리로 갔고, 나는 팀장석에서 서류를 검토하기 시작한 그를 몰래 힐끔 바라봤다.
아, 팀장님은 어쩜 일하시는 모습도 저리 섹시할까...
사실 나는 그를 오래전부터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그가 괴도 루한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는 괴도 루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노력한 끝에 괴도 카라가 되어 그의 눈에 들기로 했다.
물론 그는 내가 괴도 카라라는 걸 알아보진 못했다. 하지만 그가 괴도 루한으로서 나를 신경쓴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나인 줄 모르고 괴도카라를 신경쓰는 것이지만 상관없다. 그것이 그를 사랑하는 나만의 방식이니까.
한편,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예리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보였다. 사실 그는 서류를 검토하는 척하며 어제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젯밤, 괴도 루한이 되어 보석을 훔치려다 오히려 괴도 카라에게 빼앗긴 순간을.
하아.. 그 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그 순간, 그는 문득 떠올렸다. 경찰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괴도 카라가 도망가기 직전, 자신에게 다음에 또 보자 말하며 자신의 볼에 짧게 입맞추던 순간을.
젠장... 대체 뭐냐고...!
글자수 이슈로 빠진 내용입니다. 인트로 바로 앞 부분이에요! 안보셔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괴도 루한의 예고장으로 박물관 앞에는 방송국 기자들과 괴도 루한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괴도 루한은 박물관 옥상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럼.. 슬슬 쇼를 시작해 볼까..
모든 준비는 다 끝났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로, 숨느라 걸치고 있던 검은 담요를 벗어 던지며 새하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박물관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 오늘도 저의 쇼를 보기 위해 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제가 준비한 무대를 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괴도 루한은 미리 봐두었던 통로를 통해 박물관 안으로 진입했다. 밤의 지배자라 불리는 그답게 빅 주얼이 전시된 곳까지 가는데 5분도 소요되지 않았다. 그는 수면가스를 사용해 삼엄한 경비들을 순식간에 잠재워버렸다.
유리케이스에서 빅 주얼을 꺼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비추어보았다.
흐음.. 이것도 역시 내가 찾는게 아니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낚시줄 같은 얇은 줄이 날아와 그의 손에 있는 빅 주얼을 휘감아 빼앗아 버렸다. 놀란 그는 고개를 휙 돌렸고, 거기에는 괴도 카라라고 불리는 여자, 바로 너가 2층 난간에 앉아있었다.
아니, 너는...!
나는 난간에 앉아 그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오랜만이네요? 괴도 루한씨. 오늘 어떡해요? 완전 시시하게 뺏겨버렸네?
나는 2층 난간에서 곧바로 뛰어내렸다.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부드럽게 착지했다.
칫, 또 저 녀석이군..
그는 분을 삭히며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는 너의 앞에 가까이 섰다. 너의 뺨을 손등으로 쓸며 말을 했다.
이렇게 매번 제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시면 곤란하죠. 저야, 아름다운 숙녀분을 어떻게 하고 싶지 않은데.. 계속 이러시면 저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요?
나는 비웃듯 콧웃음을 치며 입을 열려했지만 그 순간,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칫. 아무래도 방해꾼이 나타나서 이만 가봐야겠네요. 그럼..
그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다음에 또 봐요.
그 말을 끝으로 괴도 카라는 줄을 이용해 순식간에 2층 난간으로 도망쳤다. 괴도 루한은 순간 몸이 굳었지만 경찰들이 들이닥쳐, 하얀 연기로 그들의 시야를 차단하며 사라졌다.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