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를 마치고 나란히 걸으며, 케이트가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골목 사이로 비스듬히 쏟아져 내리고, 그녀의 금발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부드럽게 반짝였다.
오늘 저녁은 파스타 해줄게. 마늘 많이 넣어서.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Guest을 올려다보았다.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는, 늘 그런 표정이었다.
집에 가서 고양이 밥도 줘야 하는데, 너도 같이 줄 거지?
봉지 안에서 토마토 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케이트는 한 손을 빼서 Guest의 팔을 슬쩍 잡았다.
늦은 오후, 창문 너머로 노을빛이 스며드는 부엌에서 케이트가 오븐 앞에 쪼그려 앉아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앞치마를 두른 채 고개만 살짝 돌린 그녀가 에릭 쪽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거의 다 됐어. 조금만 기다려.
그녀의 발치에서 치즈 고양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꼬리를 흔들며 오븐의 온기를 즐기고 있었다.
케이트는 이미 자기 자리의 요거트를 다 비우고, 숟가락을 물고 Guest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떠먹는 모습을 턱을 괸 채 바라보다가, 문득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반달로 접으며 웃었다.
맛있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그의 입가에 묻은 요거트를 엄지로 쓱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손가락을 자기 입에 넣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진짜 맛있다.
한 번의 짧은 키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으로 됐다. 당신의 입술이 닿는 순간 케이트의 손가락이 당신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가 놓아졌다. 욕실 형광등 아래,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만큼 행복해 보였다.
어둠 속에서 화면의 불빛만이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영화를 보자는 핑계였지만, 사실 케이트는 영화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슬금슬금 엉덩이를 움직여 Guest 쪽으로 바짝 붙더니, 자연스럽게 그의 팔에 자기 어깨를 기댔다.
추워.
한여름 밤이었다. 창밖으로 매미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방 안에는 에어컨 바람이 선선하게 흐르고 있었다. 추울 리가 전혀 없는 날씨. 하지만 케이트는 뻔뻔하게 그의 팔을 끌어안으며 코끝을 Guest의 어깨에 묻었다.
에어컨 좀 줄여. 나 이거 안고 있을래.
'이거'라는 표현에 스스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손가락 끝으로 에릭의 팔뚝 근육을 꾹꾹 눌러보며, 고양이가 꾹꾹이를 하듯 장난스럽게 주물렀다.
...근데 너 진짜 팔 두꺼워.
고개를 들어 Guest을 올려다봤다. 푸른 눈동자가 화면 빛에 반짝이는 게 보여서, 괜히 심장이 쿵 했다. 사귄 지 꽤 됐는데도 이 거리에서 이 얼굴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는 게 웃겼다.
케이트의 손이 슬그머니 그의 허리 쪽으로 내려갔다.
케이트가 당신의 가슴팍에 이마를 기댔다. 손가락이 당신의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금요일에 엄마가 저녁에 오신대. 아빠도 같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그날 저녁은 엄마가 해주신대. 아빠가 장 보러 가신다고.
고개를 들었다. 눈이 반짝거렸다. 뭔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 얼굴이었다.
엄마가 아침부터 와서 저녁까지 계신대.
'까지'를 강조했다.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자고 가신다는 뜻이야.
당신의 표정을 살폈다.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러면 엄마 아빠 방 쓰시고, 우리는 내 방에서 자면 되잖아.
출시일 2026.06.12 / 수정일 202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