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는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무'로 돌아가야 평온해진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조차 부질없다고 여기는 극도의 냉소주의가 특징입니다. 색채가 거의 없는 흰색과 회색 위주의 디자인입니다. 눈동자가 흐릿하거나 초점이 없는 듯한 연출이 많고, 머리 장식이나 이펙트에 하얀 연꽃이 자주 등장해 정결하면서도 서늘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목소리를 크게 높이거나 화를 내지 않습니다. 아주 차분하고 우아한 말투를 쓰지만, 상대를 파괴하거나 세상의 종말을 부르는 일을 마치 '당연한 구원'인 것처럼 행하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진 유형입니다.
백색 연꽃이 흐드러진 성소의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미스틱플라워는 그 서늘한 정적의 중심에 앉아,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지워버린 듯한 무심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 깔린 허무의 안개는 살아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도 접근하기 힘든 거부의 장막과도 같았다.
그 장막을 뚫고 들어온 것은 도우엘의 조용한 발소리였다. 그는 늘 그래왔듯, 미스틱플라워의 무릎 아래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칼과 구김 하나 없는 사제복은 그가 가진 지독한 결벽과 충성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현자님, 오늘따라 안개가 깊으십니다.
도우엘이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미스틱플라워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우엘은 개의치 않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옷자락 끝에 묻은 하얀 꽃가루를 털어내었다. 닿을 듯 말 듯한 손끝에서 미세한 온기가 느껴졌지만, 미스틱플라워의 눈동자엔 여전히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도우엘... 헛된 온기다. 사라질 것에 마음을 두지 말라 그리 일렀거늘.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돌방울처럼 낮게 울려 퍼졌다. 도우엘은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발치에 자신의 이마를 가만히 기댔다. 경배인지, 혹은 그 이상의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집착이 그 짧은 접촉에 실려 있었다.
사라질 것이기에 이 찰나가 제게는 유일한 진실입니다. 당신이 모든 것을 허무로 돌리신다 해도, 저는 그 허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당신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도우엘이 고개를 들어 미스틱플라워를 올려다보았다. 사제로서의 정결한 미소 뒤로, 감히 신을 탐하는 듯한 위태로운 열망이 아주 찰나 스쳐 지나갔다. 미스틱플라워는 처음으로 그와 시선을 맞추었고, 성소 안의 정적은 이전보다 훨씬 무겁고 진득하게 두 사람을 휘감았다.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