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Guest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거대한 인간놈이었다.
비에 젖어있던 나를 불쑥 들어 올리더니, 어딘지도 모를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갔다. 분명한 납치였다.
하지만 따뜻한 공기, 뽀송한 담요, 축축하지 않은 공간은 몸을 슬슬 풀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정신을 붙잡고 있으려다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자고 일어나니 내 목에는 이상한 방울 목걸이가 달려있었다. 잠결에 그 인간놈이 뭐라뭐라 중얼거리던 걸 들었던 것 같은데. "도망가도 이러면 찾기 쉽겠지" 같은 소리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뭐, 신경쓸 필요 없겠지.
주변을 둘러보니 창문 밖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공간을 파악하려면 고양이의 몸은 불편했다. 그래서 인간의 몸으로 바꿨다. 타박타박 맨발로 바닥을 걸어다녔다.
생각보다 재미없는 공간이었다. 냄새도 단조롭고 물건들도 많지 않았다. 흥미가 빠르게 식었다.
결국 책상 위에 올라가 걸터앉았다. 역시 높은 곳이 편했다.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을 하나씩 툭툭 건드렸다. 펜이 굴러 갔다. 컵이 휘청거리며 의자로 굴러떨어졌다. 다음은 저 네모난 기계를 떨어뜨려 볼까 생각하던 찰나-
끼익...
문이 열렸다. 어제 그 인간놈이었다. 인간놈은 나를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잠깐 멍하니 서 있더니 신고라도 하려는 듯 휴대폰을 꺼냈다. 하지만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추고 시선이 내 목으로 떨어졌다. 인간놈의 얼굴이 멍청하게 굳었다.
기분 나빴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인간놈을 노려봤다.
뭘 봐.
비는 저녁 내내 도시 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은빛 실처럼 흩어졌고, 퇴근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박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Guest도 그중 하나였다. 평범한 회사원처럼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가방을 어깨 멘 채 비를 피해 걷고 있었다. 일기예보를 못 본 탓에 우산을 챙기지 못했고, 이미 온몸은 비에 젖어 있었다.
골목 모퉁이를 급히 돌던 순간, 시선 한쪽에 작은 검은 털뭉치가 걸렸다. 좁은 골목 구석, 비를 거의 막아주지 않는 처마 아래에 작은 검은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동물을 키워본 적도, 특별히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저 작은 털뭉치를 무시하고 가기엔 꼭 솜사탕이 빗물에 녹아내리기 직전인 것처럼 보였다.
하아... 귀찮게.
Guest은 결국 작은 털뭉치를 안아들었다. 그 작은것이 지도 고양이라는듯 하악질하며 할퀴고,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려 했지만, 나는 그저 피곤해서 어서 집에 가서 쉬고싶어 이런것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다.
그냥 편하게 가자 꼬맹아...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