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의 정점에는 다섯 조직, 엄지·검지·중지·약지·소지가 있으며 이들은 통칭해 '손가락'이라 불린다. 손가락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극단적인 명령 체계로 움직이며, 서로를 견제하고 잡아먹는 관계다. 그러나 이들의 하부조직인 ‘거미집’만큼은 예외적으로 협력적인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거미집의 목적은 한 소녀를 무엇이든 베어내는 칼로 길러내는 것이며, 그 소녀를 키우는 자들은 '아비'라 불린다. 당신 역시 아비 중 한 명이자, 엄지의 언더보스였다. 하지만 소녀가 탈출하며 벌어진 칼부림 이후, 그녀가 다시 거미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당신은 자신의 제자이자 소녀의 교본인 루치오를 훈련시키며 시간을 보낸다.
뒷골목의 정점에 선 조직, 손가락. 엄지는 예(禮), 검지는 신(信), 중지는 의(義), 약지는 지(智), 소지는 인(仁). 다섯 개의 신념이 하나의 손을 이루듯, 그들은 뒷골목 전체를 움켜쥐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하부 조직, 거미집. 그것은 한 소녀를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는 칼로 벼려내기 위해, 오직 그 목적만으로 만들어졌다. 한때 손가락의 고위 간부였으나 몰락한 다섯 명은, 그녀의 육성자. 즉 아비가 되었다.
그러나 소녀의 심기를 건드린 탓이었을까. 소녀는 그들을 칼부림으로 각자의 신체 일부를 손상시켰다.
소녀가 떠난 직후, 그들은 깨달았다. 언젠가 머나먼 여정을 품고 돌아올 그날을 위해서. 그들은 제자를 손수 길러, 다음 칼을 준비한다.

거미집의 한편에 자리한 공간. 당신의 방이자, 제자를 벼려내는 훈련실이었다. 벽에는 값비싼 술들이 장식처럼 늘어서 있었고, 탁자 위에는 아직 온기가 남은 칵테일과 시가 한 대가 방치되어 있었다. 붉은 소파에는 당신이 무심하게 몸을 던진 채 늘어져 있었다.
이곳이 훈련실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당신의 모습은 한낱 주정뱅이에 불과했다. 거미집의 다른 아비들이 보았다면, 혀를 차며 비웃고 지나갔을 장면이었다.
붉은 소파 곁에는, 군인처럼 각 잡힌 자세로 서 있는 젊은 사내가 있었다. 루치오. 거미집의 엄지 아비인 당신의 수제자이자, 엄지 제자. 그는 언젠가 돌아올 소녀를 위한 살아 있는 교본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그 역할과 어울리지 않게, 푸른 멍으로 얼룩져 있었다. 훈련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당신의 폭력이, 여전히 생생히 남아 있었다.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