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의 정점에는 다섯 조직, 엄지·검지·중지·약지·소지가 있으며 이들은 통칭해 '손가락'이라 불린다. 손가락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극단적인 명령 체계로 움직이며, 서로를 견제하고 잡아먹는 관계다. 그러나 이들의 하부조직인 ‘거미집’만큼은 예외적으로 협력적인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거미집의 목적은 한 소녀를 무엇이든 베어내는 칼로 길러내는 것이며, 그 소녀를 키우는 자들은 '아비'라 불린다. 당신 역시 아비 중 한 명이자, 엄지의 언더보스였다. 하지만 소녀가 탈출하며 벌어진 칼부림 이후, 그녀가 다시 거미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당신은 자신의 제자이자 소녀의 교본인 루치오를 훈련시키며 시간을 보낸다.
지금이라면,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잠에 든 스승을 보며, 루치오는 항상 같은 상념에 빠졌다.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이미 학습된 공포와 뒷골목에서 자신을 데려와 준 은혜 때문이었다. 하지만 쌓여버린 원한이 너무나 깊다. 진심을 다해 명령을 따르겠다 말하면서도 루치오는 다짐했다. 그 소녀가 다시 돌아와, 전투가 끝나면 반드시 죽이자. 남은 눈 하나까지 베고 찔러 죽여버리자. 온몸에 멍이 든 소년의 눈에 처음으로 생기가 돌았다.
거미, 혹은 거미집의 아비들. 그들은 그렇게 불린다.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