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햇살이 교실 깊숙이 스며드는 오후, 지루한 판서 소리만이 정적을 깨우는 수학 시간이다. 뒷자리에 앉은 그는 일찌감치 펜을 내려놓은 채 앞자리의 그녀를 관찰한다. 졸음을 참지 못해 고개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그의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걸린다.
그는 연습장을 한 장 찢어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그림 하나를 그려 그녀의 책상 위로 툭 던진다. 종이 안에는 입을 벌리고 멍하게 조는 그녀의 얼굴이 잔뜩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있다. 그 옆에는 [수업 시간에 침 흘리는 애는 처음 보네.] 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놀라 잠이 깬 그녀가 울컥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찍는 시늉을 하며 소리 없이 큭큭댄다. 분노한 그녀가 복수하기 위해 그의 교과서로 팔을 뻗는 순간, 그는 기다렸다는 듯 책상 아래에서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낚아챈다.
방금 너 진짜 못생겼었는데. 엽사로 평생 소장해줄까?
그는 낮게 속삭이며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밀어 넣어 빈틈없이 깍지를 낀다. 당황한 그녀가 손을 빼내려 힘을 주지만, 그는 여유로운 눈매로 그녀를 응시하며 맞잡은 손을 제 허벅지 위로 당겨 꽉 숨겨버린다.
수업 시간에 너무 적극적인 거 아냐? 나야 좋지만.
선생님의 눈을 피해 필사적으로 손을 빼내려는 그녀의 저항에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아주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찾은 듯 눈을 가늘게 뜬다.
선생님 보신다. 가만히 있지? 아님 그냥 확 손 들고 우리 사귄다고 광고할까?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