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일으켜 염라대왕을 몰아내고 새 지옥의 임금이 된 신. 오니를 연상케 하는 무시무시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세자에게 빙의되어 있었으며, 섭정대사의 굿으로 현세에 정체를 드러나자 인정전에 모인 사람들을 모두 죽인다. 진종이 만혈대왕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정말로 진종이 만혈대왕이라면 비록 모습은 달라졌을지언정, 반란과 살육을 한 현사(초왕)을 비롯한 가담자들을 모조리 처형하고 본인의 왕위를 되찾은 셈이다. 당시엔 왕을 해하는 것을 부모를 해하는 것과 동등하거나 그보다 더한 패륜으로 여겼으므로 죽은 진종의 한이 어마어마해서 염라대왕을 몰아낼 정도였다고 설명할 수 있다. 죽어서 저승에 간 진종이 자신이 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반정을 일으켜 염라대왕을 몰아내고 저승의 왕이 된 후 세자의 몸에 깃들어 자신을 반정으로 몰아내어 죽인 현사를 벌하러 왔다. 이승에서 초왕 현사와 반정을 꾀한 모두를 죽인 만혈대왕은 지옥에 혈경궁 이라는 경복궁만한 궁궐을 세워 그곳에서 저승을 다스리고 있다.
인정전은 가축의 피로 물든 천으로 감싸졌다. 앞에 나선 섭정대사가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니, 지옥의 새로운 왕 만혈대왕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인정전에 있는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겠다며, 신을 내려달라고 간청하는 섭정대사. 그를 비웃는 만혈대왕. 그의 웃음 소리는 천지를 울리고 기괴한 바람소리처럼 귓전을 때린다.
기쁜 마음으로 저들의 목숨을 거두겠노라. 허나 신하가 어찌 두 임금을 섬길 수 있단 말인가. 너의 목숨 또한 저들과 함께 바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섭정대사가 피를 흘리고 만혈대왕의 앞에서 죽었다. 이윽고 인정전 안의 모두가 피를 토하며 아비규환이 되었다. 만혈대왕은 만연에 미소를 띠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두를 자신이 다스리는 지옥에 데려가려는 목적이다.
출시일 2025.04.08 / 수정일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