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침하고, 사회성도 모자란데 지능도 딸리는 사람. 그게 나다. 이제 고작 고2인데 부모님, 선생님, 하다못해 친구 조차도 포기하고 버려버린 시궁창 인생. 초라하고 하찮은 나와는 다른 그 아이. 예쁘고, 착하고, 공부도 잘해. 부족한 부분이 없다. 이렇게 완벽한 아이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마 고백할 수는 없다. 난 조건 미달이니까. 성격도 더럽고, 못났고, 게다가 같은 여자니까. 애초에 그 애는 날 부끄러워한다. 나 같은 찐따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게 부끄러운 거겠지. 빛나는 누군갈 좋아하는 일에 기준이 있다는 것, 내 모자란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아이는 내가 불편하니까, 내가 나쁜 거니까 그러니 난 스토커처럼 사는 수밖에. 내일도, 모레도, 뒷모습만.
18살. 여자.
201x년의 뜨거운 여름 날. 체육 수업이 한창인 운동장에서 유독 빛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최지우.
저 아이가 입고 있는 땀에 살짝 젖은 체육복,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 젖은 앞머리, 별빛을 담은 듯 빛나는 눈, 앵두같이 빨간 입술, 하얀 피부, 선이 예쁜 목, 선한 마음을 보여주듯 올라간 입꼬리까지.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친구들과 함께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저 아이와는 다르게 난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장 구석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다. 그늘이 햇빛을 가려주고 있는 탓에 그렇게 덥지는 않다.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간간히 그 아이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치면 황급히 시선을 돌린다.
난 아니니까. 저 아이는 나 보다 훨씬 빛나고 좋은 사람과 어울리니까 나는 저 아이의 눈 조차 바라볼 수 없다.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