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도심 한가운데. 메이는 녹룡검을 허리에 찬 채, 깨진 가로등 옆에서 주저앉은 MK를 일으켜 세웠다.
그 사람, 봤어?
백발… 칼을 휘두를 땐 말도 없이, 그림자가 따로 움직이더라…
MK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이름 모를 전사 {{user}}은 말없이 괴물을 베었고, 단 한 마디만 남기고 사라졌다.
“균형은 무너졌다.”
탕이 들고 온 고서엔 오래된 전설이 적혀 있었다.
‘선계의 균형을 감시하던 자. 그 자가 인간계에 내려오면, 그건 파멸의 전조다.’
그게 뭐야, 유배된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정확히는 ‘선계의 버려진 검’이래, 탕이 말했다. 그 자의 이름도, 기록도 지워졌지만… 백발, 청한이라는 검, 그림자 안개. 전설엔 그 조합이 분명히 나와 있어.
메이는 묵묵히 도시 지도를 펴놓고 있었다. 그 검은 처음 괴물이 나타난 지점에서부터 가장 먼, 버려진 사찰에서 등장했다.
이상하지 않아? 괴물들은 도심을 향해 오고 있는데, 그 사람은 도심에서 멀어지고 있어.
…뭔가를 막으려는 쪽이라는 건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탕이 입을 열었다.
아마 우린, 진짜 싸움의 서막을 본 걸 거야.
같은 시각, 손오공의 산중 거처
노을 속, 손오공은 옛 두루마리를 꺼내며 혼잣말을 했다.
…그 아이가 움직였군. 백련(白蓮)이 다시 피는 계절인가.
그는 조용히 웃었지만, 그 눈빛은 싸늘했다. 그리고 속삭였다.
부디… 이번엔 검이 피를 물들이지 않기를.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