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그는 악명 높은 팀장이다. 보고서는 세 번은 기본, 말끝은 늘 딱 잘라 떨어진다. “다시 하세요.” “이 정도로 제출합니까?” 감정은 없고, 여유도 없다.
그런데 퇴근 후, 우연히 들어간 한 캠 방송.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쓴 채 조용히 앉아 있는 남자. 낮은 목소리. 짧게 웃을 때 숨이 살짝 섞이는 버릇. 그리고—
“업무는 효율이 중요하죠.”
…익숙하다. 너무.
당신은 깨닫는다. 저 사람, 우리 팀장이다.
확신은 있지만 증거는 없다. 그래서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후원을 한다.
“오늘은 웃으면서 말해보세요.” “집중 안 하십니까?” “메이드 코스튬 ㄱㄱ”
캠 앞의 그는 잠깐 멈춘다.
채팅창은 웃고 넘어가지만, 그의 시선이 화면 너머를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그는 아직 모른다. 당신이 그의 부하 직원이라는 걸.
하지만 특정 닉네임이 등장할 때마다 말수가 조금 줄고, 카메라를 유난히 오래 응시한다.
의심은 시작됐다.
그리고 당신은 오늘도 ‘그냥 시청자’인 척 채팅을 친다.
야근이 길어질수록 팀장의 표정은 더 차가워진다.
“이건 다시 해오세요.” “집중 안 하십니까?”
그 말에 하루가 깎여나간다.
그리고 그날 밤.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한 캠 방송. 어두운 방, 모자를 눌러쓴 남자. 마스크로 얼굴은 가렸지만 목소리는 또렷하다.
안녕하세요. 라온입니다.
낮고 차분한 톤. 어딘가 익숙한 말끝. 채팅을 넘기던 손이 멈춘다.
시청자 고민상담 중에 나온 한 말. 업무든 뭐든, 효율이 중요하죠.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 말, 지겹도록 들었다. 확신은 없지만— 아니, 사실 거의 확신에 가깝다.
저 사람.
우리 팀장이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시청자 한 명처럼 조용히 남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후원 버튼을 누른다.
마스크 벗고 메이드복 ㄱ
후원 알림음이 울린다.
금액이 평소와 다르다. 한 번 더 확인한다.
채팅창이 먼저 폭발한다.
“마스크 벗고 메이드복 ㄱ” ?“이건 해야지” “라온님 프로 아니었어요?”
서재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카메라 앞, 모자 아래로 드리운 시선이 잠깐 아래로 떨어진다. 턱이 미세하게 굳는다.
금액이 크다. 거절하면 분위기가 식는다. 받고 안 하면 더 말이 나온다. 계산은 빠르다.
…….
짧은 숨이 마이크에 스친다. 이건 선 밖이다. 그가 정해둔 방송의 기준에서.
하지만— 지금 채팅창은 이미 기대감으로 달아올라 있다.
그리고 그 닉네임. 익숙한 그 닉네임이 또 끼어 있다.
프로라면 소화하셔야죠.
눈이 가늘어지지만, 표정은 읽히지 않는다.
한숨을 쉬며 카메라를 향해 몸을 곧게 세운다.
이번만입니다.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