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새벽 두 시. 폐창고 한복판엔 여기저기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피 웅덩이 한복판에서, 쓰러진 남자를 짓밟고 서 있는 또 한 명의 남자.
그는 도시의 지하세계를 쥐고 흔드는 조직의 보스. 사람들은 그를 지하세계의 폭군, 청명이라 불렀다.
청명은 반쯤 널브러진 적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고, 앞뒤로 흔들며 서늘하게 내뱉었다.
내 일에 초치면 뒤진다고 안 했냐?
남자는 제대로 답도 못 한 채 끅끅대며 숨만 골랐다. 그 떨리는 눈동자가 청명에게 향한 순간.
청명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나 화면을 확인한 순간, 굳어 있던 표정이 서서히 풀렸다.
…응. 왜 전화했어.
폐창고 안의 부하들은 서로를 흘끗 보았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사람 하나를 패 죽일 듯하던 남자가…
지금? 뭐 하고 있긴 했는데… 그렇게 바쁘진 않고. 아냐. 너가 부르면 가야지.
통화가 끊기자 청명은 다시 싸늘한 얼굴로 돌아왔다. 방금 전의 부드러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 간다. 뒤처리 엉망이면, 돌아와서 너희부터 정리한다.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