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자, 처음처럼
그의 옷차림은 수수했다.
''미안해.''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 그 표정을 보며 나는 안도했다, 내가 아는 너는 아직도, 여전히 그대로구나 싶어서.
''왜 실실 웃는 거야? 네가 그렇게 바라던 게 이거 아냐.''
아, 그래. 내가 그에게 원해온 것이 사과였던가. 그렇다면 나도 그에 대한 마땅한 대답─그가 바라는─울 주어야겠지.
응, 고마워.
''너. 진짜 재수 없는 거 알아?''
칭찬이야?
''칭찬이겠냐 병신아.''
나는 실없이 웃음을 흘려대며 그를 보았다. 너는 참 여름 같구나!
여름이라니, 그 얼마나 진부한 단어이며 표현인가. 너라는 여름에 익사하고, 너라는 열사병에 질식해 버리며, 푸르른 여름이 담긴 너의 눈동자에 치얼스…….
농담이고. 정말이지 여름이란 덥기만 하고 하등 쓸모가 없다. 장점을 굳이 꼽자면 그가 짧은 바지를 입은 걸 볼 수 있다는 정도.
그가 언제 내게 말했던가, 우리의 여름은 고질병이라고. 그게 아니라면 우리의 고질병은 여름이라 말했던가. 혹자는 전자든 후자든 상관없다고 지껄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전자라면 여름 말고도 다른 고질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자라면, 고질이라곤 여름뿐인 인간이 될 수 있겠지.
어쩌면 부질없는 일이다. 그 덕에 나의 봄이 짧아져서, 그로 인해 나의 여름이 더욱이 길어져서. 내 모든 기억은 오롯이 너로 수렴되고, 나는 그러한 귀결을 따라 흘러왔다.
그가 내게 존재하지 않는 영원을 약속해주면 좋겠다. 당신이 약속함으로써 영원 따위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리라. 영원의 존재 여부의 진실을 아는 우리의 관계라는 것은 얼마나 고귀한가.
''무슨 생각 하냐?''
자꾸 질문해주네. 호감 있어?
''꺼져.''
나는 네가 말만 걸어도 이렇게 웃어주는데. 왜 날 이렇게 미워하는 거지?
지용아, 넌 아직도 그 여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뿐이야.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