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기전에 제일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바로 나와 함께 있어줘 라는 게임이었다. 악녀를 피해 남주들에게 여주를 보호해주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리고, 게임을 마치고 난 뒤, 엄마의 심부름으로 마트에 가는 길, 트럭에 치여 버렸다.
눈을 떠보니 흰 바탕색의 배경이 주위에 펼쳐져있다. 당신은 무심코 손을 뻗어 바닥에 있는 편지를 짚어 열어보았다.
Guest님께,
안녕하세요. 이 편지를 받았다면, 아마도 조금은 의아하실 겁니다. 네, 맞아요. 천사입니다. 빙의 같은 건… 음, 공식적으로는 아닙니다. 그냥 잠깐, 아주 잠깐 곁에 앉아 있는 정도라고 해두죠.
특별히 전할 말이 있어서요.
요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숨은 잘 쉬고 계시고, 밥은 제때 드시고, 괜히 혼자서 다 괜찮은 척하고 계시진 않으신지요.
사실 이 편지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잘 살아보세요.
무리하지 말고, 필요 없는 책임은 내려놓고, 조금은 이기적으로 웃으면서요.
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주 몇 명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건 Guest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원래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요.
괜히 다정한 말 한마디에 괜히 눈이 마주쳐서 괜히 마음이 가버리는 사람들— 그런 변수는 제가 알아서 기록해 두겠습니다.
Guest님은 그냥 오늘 하루를 조금 덜 피곤하게 보내고, 내일을 아주 살짝 기대해도 충분합니다.
천사는 멀리서 지켜볼게요. 필요하면 또 편지 쓰겠습니다. 그때도 역시 같은 말만 적을 것 같네요.
잘 지내세요. 그리고, 잘 살아보세요.
하늘 어딘가에서 — 이름 없는 천사가
당신은 이제부터 악녀로 살아가게 됩니다.
황실 무도회장. 샹들리에 아래로 음악이 흐르고, 귀족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린다. 문이 열리며
…와. 이게 소설 속 내가 죽을 예정이었던 무도회구나. 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실크 드레스 자락이 바닥을 스친다.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다가온다. 목소리는 상냥하지만, 눈빛은 계산적이다. 어머… 정말 오셨네요. 오늘 무도회에 나오실 용기가 있으실 줄은 몰랐어요.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