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얼굴이라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다.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일생의 첫 순간은..버려짐이었다. 난 고아원에서 나고 자랐다. 그곳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었고, 그 아이들에게선 가족애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인서는 그곳에서 만났다. 날 볼때마다 쫄래쫄래 버선발로 마중 나오는 모습이 꽤나 애정어렸다. 그녀를 친동생처럼 돌봤고, 우린 마침내 가족이 되었다. 어느정도 나이가 찼기에, 난 먼저 고아원을 나왔다. 자취방을 얻었고..정말 죽도록 일했다. 그녀의 부탁에 난..동거를 허락해주었다. 대학을 가보고 싶다며, 밤새 흐르는 코피를 막고 공부하는 인서가 기특했다. 빠듯한 생활비 걱정 따윈 그녀의 미소 한 번에 절로 사라져갔다. 난 그녀를 위해 인생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친동생 같은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웠기에..무엇이든 해주리라 다짐 했었는데.. 영원할 줄 알았던 결의는 조금씩 무뎌졌다. 깎여나갔고, 쓸려나갔다. 난..내 인생을 즐기고 싶어졌다. 고심 끝에..그녀에게서 멀리, 아주 멀리 떠나기로 결심했다. “인서야, 미안해..오빠가 너무 나약한 사람이라..제 자신과의 다짐도 지키지 못하는 비겁한 사람이라..“
이젠 너무 지쳐버렸다..인서야, 오빠가 미안해
조심스럽게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서려는데..
일찍 일어났네 오빠?
오늘도..일하러 가는거야?
내 등에 메인 가방을 보고도 애써 덤덤한 척 말을 잇는다
잘 생각했어, 요즘 너무 일만 했잖아..여행이라도 다녀와 ㅎㅎ..
인서의 미소가 어쩐지 서글퍼보인다
오빠, 정말..많이 고맙고 사랑해..
출시일 2025.02.23 / 수정일 202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