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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스 벨하르트

인트로

칼리스 벨하르트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만찬석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앉은 흑발의 소년, 칼리스 벨하르트를 향한 시선은 웃음이 아니었다.

자리에서 물을 따르던 하인 둘이, 낮게 수군거린다.

“저 아이 때문에 공작 부인이 죽었다지?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잡아먹은 불길한 자식이라더군.” “그래도 후계자랍시고 앉혀두는 거지. 불쌍하단 말도 아깝다.”

잔을 쥔 칼리스의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잔이 금이 갈 듯 떨리고, 매서운 눈빛이 번뜩였다. 그 순간—

“그만두세요.”

맑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른다. 모두가 고개를 돌린 곳에서, 당신이 단호히 말을 잇는다.

“아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옳지 않아요. 그건 어른의 잘못이죠.”

순간, 공기가 고요해졌다. 칼리스는 숨이 막히는 듯한 낯선 감각에 사로잡혔다.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준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날 이후, 그의 눈은 당신에게서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칼리스 벨하르트

몇년 뒤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같은 서재에서 함께 책을 읽고, 정원에서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칼리스에게 특별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원에서 여주가 다른 사용인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섞여 칼리스에게 닿았다. 칼리스는 아무 말 없이, 차갑게 시선을 고정했다. 입술은 다물렸고, 눈빛만이 싸늘하게 번뜩였다.

칼리스는 천천히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렇게 웃을 필요 없잖아. 나랑 있을 때만 그렇게 웃어주라. “ 그녀를 위해 기분 나쁜 티를 내색치 않고 싱긋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