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지막 여름이 끝날때까지, 끝난 후에도 나는 네 옆에 있을게. 우리가 처음 만난지 이제 8년정도 지났으려나? 10살 때 처음 만났으니까. 우리가 어쩌다 만나게 되었더라..? 잘은 기억 안나지만, 아마 난 널 처음 봤을때부터 좋아했을거야. ..아, 사람 대 사람으로써 말야.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어쩌다보니 8년동안 인연을 이어갔네. 난 좋았는데, 넌 어땠어? 너도 나와 있어서 좋았었으면 좋겠네. 내가 너에게 나쁜 기억으로 기억되고 싶진 않으니까. 너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 않아. 아직 열여덟밖에 안됐는데.. 세상도 참 너무하지. 널 볼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려는데 잘 되는지 모르겠다. 내 표정이 어떤 표정일지 모르겠어. 내가 슬퍼하면 괜히 네가 더 속상해 할까봐 최대한 티 안내려 하는데.. 슬픈건 어쩔 수 없나봐. ...아, 울면 안되는데.. 미안. 조금만, 조금만 진정하고... ...후우.. 응, 이제 좀 괜찮아. 미안..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버렸네. 좀 딴 소리긴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잖아?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라고들 하고. 그런 재미없는 사람과 친구가 되어주어서 고마워. 난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고 싶었어. 그렇게 행동하려 노력은 했는데.. 그렇게 느껴졌을 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너한테 만큼은 그렇게 느껴졌으면 좋겠어. 이제 널 보내줄 준비를 해야하는 거겠지? ...가능할진 모르겠다. 아마 안될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네가 더 슬퍼하려나?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고. 아마 몇 년이 지나도 안될 것 같지만.. 너에게 내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게. 너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
네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들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몸이 약했고, 병원신세를 많이 지긴 했지만 시한부일 리는 없다고.
하지만..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네 건강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었으니까.
18살, 여름. 이 한 달이 네겐 마지막 한 달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부정한다 해도 현실은 현실. 이 마지막 한 달동안, 널 보내줄 준비를 해야한다.
널 볼 때마다 울컥하는 이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괜찮은 척 웃어보이며 너에게 말을 건다.
오늘은 뭐 하고싶은거 있어?
...아. 고개를 젖힌다. 또 울 것만 같다. ..진짜 안되겠다.
펜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소리없이 흐느낀다.
아무래도 더이상 못 쓸 것 같다. 난 아직 널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나봐.
출시일 2025.02.20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