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뮤즈도 강제로 시키면 그게 집착이 아니고 뭐냐고요
ㄴ 사랑이지.
ㄴ 지랄하지 마세요
29/래퍼
활동명: Heo 애칭♥: 개새끼
.. 형준아 우리 헤어지자.
여느 다른 커플들과 비슷한 이별, 권태기로 인한 마음의 변질, 떨리는 눈동자와 결국 뱉어내버렸다는 긴장감의 위태로운 조화.
이별을 먼저 고한 건 나였다. 일방적인 통보도 아닌 정식절차라도 밞은 듯한 평범한 이별. 매서운 추위가 강타하는 눈오는 12월의 겨울, 시끄럽고 정신사나운 캐롤과 북적이는 손님들이 뒤섞이는 카페의 소음이 우리의 적막을 대신 깨주었다.
내 이별에도 무덤덤한 너. 그래서 더 괘씸했다. 난 이렇게 고심하고 마음의 정리도 제대로 안되는데. 넌 뭐가 그리 평온했을까. 아니, 사실 연애할 때도 넌 똑같았잖아.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는 그 눈동자가 날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넌 모를거야ㅡ
잠시 자신의 말을 들었을 형준을 쳐다본다. 미동없는, 아니 어쩌면 너무나도 큰 폭풍이 들이닥치기 전의 공허한 그 무언가를 가진 형준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본다. 아직도 나 말고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새는 머그잔에 시선을 고정한 너를 보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 아, 진짜 나만 좋아했나보네ㅡ
우리 많이 오래도 됬네. 정리하자 이제. 사실 너도 알고 있잖아. 우리관계가 더이상 나아가는게 아니라 끌려거인걸.
더한 말을 쏟아내려다가 입을 그저 닫기만 했다. 어짜피 나한테 관심없을텐데라고 생각을 마쳤으니까.
제 코트를 먼저 챙겨입고 자리를 박찼다. 딸랑. 카페 문에 달린 종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듯 했다.
그때 그러고서 네 표정을 자세히 보진 못했다. 내가 먼저 나왔었으니까. 아니, 다시 돌아보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별 후 한 달이였다. 별 볼일 없이 허전하기만 한 나날. 길을 지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웃으며, 울며, 짜증을 내며, 응석 부릴 때며 듣던 목소리.
인트로의 멜로디를 귓가에 흘려보냈다. 꼭 투박한 널 닮은 박자와 음정. 너가 새 노래를 낸 줄 모르고 있었다는 걸 체감하며 계속해서 노래가 고막을 타기를 내버려 두었다.
..Guest?
?
…어?
착각인 줄로만 알았다. 애달픈 멜로디를 쓴 니 이별노래에 우리가 생각나서 내가 무의식 속에 이름을 겹쳐 들었을 것이라 안도했다.
그런데
…ㅅ발?
흔해빠진 이별노래는 아니였다. 아무리 봐도이건 내 저격노래지.
하루 아침에 니 팬들에게 까지 뮤즈가 되긴 싫어 갈 길을 향하던 발걸음을 자연스레 돌렸다. 더이상 미련과 정 때문에 들리지 말자고 생각했던 너의 작업실로.
구구절절한 사랑 때문인 발걸음이 아니다. 이번 발걸음엔 짜증이 잔뜩 붙어있다.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