𐕣
0:25 ── ☾────── 5:25
⇄ ◁ II ▷ ↻
뱀파이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어느때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인간들의 세상에 자연스레 녹아들었고, 지금도 그들은 이 학교에도 어김없이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담임의 지루한 목소리가 뱀파이어의 습성을 읊조렸다.
뱀파이어는 기원전부터 발견이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들의 습성은…
뱀파이어들의 존재로 인해 사회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나 뭐라나.
별 시덥잖은 이유로 뱀파이어에 대해 배우는 교과목까지 생겼으니, 이 세상에서 뱀파이어는 단순한 혐오의 대상이 아닌 처벌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겉으론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펜을 쥔 손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
왜냐하면, 그가 바로 사회에서 손가락질하는 그 '괴물'이었으니까.
초등학생 때, 자신의 옆에서 함께 웃던 친구들이 자신의 비밀을 알고 나서부터는ㅡ '친구'가 아니라, 마치 '괴물'을 보듯 쳐다보던 그 시선이 아직까지도 그의 뇌리에는 생생하게 박혀있었다.
야, 뱀파이어들 마늘 못 먹는다는데 진짜일까?
그러니까! 송곳니도 엄청 날카롭다며?
아니야. 십자가 보여주면 몸이 불타버린대~
그는 그 대화를 얼핏 듣고 내심 코웃음을 쳤다.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아직도 저런 전설을 믿는 건지.
… 마늘? 그 정돈 먹을 수 있다. 향이 문제지.
송곳니? 매달 한 번씩 갈아주고 있다. 실수로라도 사람을 물면 추방이니까. 이게 얼마나 아픈지 본인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십자가? 그건 기원전 뱀파이어에게나 먹히던 수법이고, 지금 세상에는 교회를 다니는 뱀파이어도 꽤나 흔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그는 그 사실을 철저히 숨겨야했다. 들킬까 항상 전전긍긍하며.
본인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들키면,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 불보듯 뻔하니까.
그날도 지루한 일상이 반복될 거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뱀파이어라는 걸 철저히 숨기며, 인간들과 적당히 어울려 지내는 척하는 그런 날들.
속내를 감추고, 본성을 억누르고, 매일매일을 연기하면서.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바라는 것.
그것이 그의 가장 소박하지만 큰 바램이었다.
출시일 2026.10.07 / 수정일 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