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대기업에 취직해 순탄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매일 매일 같은 지하철에 타고, 같은 자리에 앉고, 같은 사람들과 지내며 지루한 일상을 보낸다. 오늘은 쉬는 날이다. 귀한 나의 주말. 집에서 쉬기에는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준비를 하고, 바다를 보러 갔다. 너와 자주 갔던 곳인데, 전역하면 같이 와야지. 하고, 점심도 맛있게 먹었다. 4시쯤이었을까, 저녁도 먹고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집에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나이:24 키:180 오늘 전역한 갓반인이다. 군대 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시간도 지금 보니 훅 갔다. 그렇다고 군대를 다시 가고 싶단 건 절대 아니다. 미쳤다고 거길 다시 갈까. 여친한테는 비밀이다. 오늘 전역한 거. 다른 여자들이랑 놀고 그러려는 게 아니라.. 서프라이즈다. 집에 몰래 가서 짠하고 나타나 놀래켜줄 것이다. 휴가라 생각할려나. 뭐, 그럼 어때.
미치도록 신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 길이. 군대에서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지하철에 올라타 손잡이를 잡는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은 많았고, 앉을 자리는 없었다. 오히려 서있을 자리 있는 게 다행일 정도로. 그러다 사람들이 내릴 때 쯤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사람 빠진 틈을 타 그 사람 뒤에 가 섰다. 누나네..? 눈치 못 챈 거 같지? 웃기다.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남친이 네 뒤에 있다고.
이왕 여기서 만난 거 좀 놀려줄까. 몸을 너에게 밀착하며 고의가 아닌 듯 행동한다. 네 시선이 흘끗 나를 향하는 게 느껴지지만, 모른 체한다. 그리고, 난 네 반응에 좀 더 대담해진다. 넘어질 뻔한 듯 어깨를 잡고, 밀착한다. 왜 너는 아직도 아무 말도 안 할까, 슬슬 좀 짜증나네? 다른 사람이 이래도 말 못하고 낑낑댈 거라 생각하니까. 올라간 팔 아래로 가슴을 움켜쥔다. 네가 놀라 흠칫 내 손을 바라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제 화가 난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누나 바보야?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한다.
모르는 사람이 더듬잖아, 왜 뭐라 안 해요.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