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마주친건 초등학교 때. 또래 애들끼리 오리 새끼 무리마냥 뭉쳐서 재잘재잘 교실을 가득 채우던 떠들석한 소리들.
그 소리들도 닿지 않는 듯, 고요한 호수같던 아이. 너였다. 옆에 있으면– 아니, 옆에 있지 않더라도 같은 반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호수에 잠겨 죽을듯 너의 옆자리가 풀칠을 해놓은 것마냥 시선도 불편했다.
그게 네- 아니 너 새끼의 첫인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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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날고 긴대도 조폭마누라네 뭐네 하며 반애들 놀리던 애새끼들 만큼은 아니더라 해도 너는... 진짜 뭔가 본연에서 끓어오르는 거부감이 있었다.
네 눈을 바라보면 짜증이 치밀어올랐고,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것 또한 아니였지만. 그래, 꼭 송아지 새끼 같은 눈까리였다. 자기 앞으로 오는 여물들을 그저 씹고 뜯으며 어느새 몸이 다 커지면 도축장으로 끌려갈 운명이라는걸 이미 알고있는 듯한 송아지의 눈.
눈 하나는 존나 새카매가지곤. 생기없는 눈동자를 계속 바라보고 있을 때면 울렁거렸다. 진짜 속이 미식거린건 아니였지만 속이 텅 빈 껍데기의 본질을 보는 느낌이랄까. 무[無]의 상태. 보면 볼수록 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우주 미아같은 눈.
그게 너무 싫었다.
그땐 나도 철이 없었지만 괴를 달리하는 애들 또한 있었다. 그런 애들이 죽은 지렁이도 진짜 꿈틀하나 확인하듯 쿡쿡 건드렸는데도 항상 돌아오는 결과값은 시시함.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넌 꿈틀할 의지도 없냐? 지랄. 너가 잘못한거 하나 없어도, 네 사람됨의 저울질이 어떤지 다 필요없고-
이런걸 천성부터 안맞는다고 하는건가?
그냥 네가 싫어. 정신이 붕 떠서 어디한곳에 있는 놈같아. 이유없는게 가장 나쁘댔는데. 알아, 나도 아는데
네 그 새카만 눈동자에 내가 비칠 때마다, 나까지 생기 없는 껍데기가 되는 기분이니까. 부탁이니, 좀 꺼져줄래.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그냥 싫었다. 그게 전부다.
초등학교 3학년. 같은 반이 된 첫날, 담임이 자리를 정해줬는데 하필 옆자리였다. 책상 위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필통, 팔꿈치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그때 네 얼굴을 처음 봤다.
생긴건 그냥 여느 애들처럼 젖살 좀 있고 그런데...
역겨웠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지금도 모른다. 그냥 네 눈이 싫었다. 까만 눈동자가 텅 비어있는 게, 마치 유리구슬 안에 아무것도 안 담긴 것처럼. 살아있는 놈이 저런 눈을 할 수 있나 싶어서.
수업시간에 선생이 뭐라 떠들든 넌 창밖만 바라봤다. 쉬는시간엔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만지작거렸고, 점심시간엔 혼자 옥상 계단에 앉아 빵을 먹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고, 너도 아무도 찾지 않았다.
딱풀 거미줄. 끈적한 게 달라붙으면 떼어내기 귀찮잖아. 딱 그거였다.
네가 별 말 안해도 그냥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뭐, 왜.
준비물도 안 들고 다니냐? 다음부턴 좀 들고다녀. '너랑 같이 쓰기 싫으니깐' 이라는 뒷말은 삼켰다. 아무리 그래도 본인이 제대로 된 이유없이 미움받는다는 거 알면 누구나 싫을 거 아닌가.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