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처음부터 그녀의 친구였다. 가난한 골목 끝, 곰팡이 냄새 나는 단칸방. 유하은은 그곳에서 열아홉의 겨울을 맞이했다. 차가운 바닥보다 더 싸늘했던 건, 부모의 무관심과 가끔 들이치는 주먹이었다.
그런 세상 속에서, 그의 말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넌 나 없으면 안 돼. …내가 지켜줄게.
처음엔 따뜻했다. 쌀 한 톨 없는 식탁에 라면 한 그릇을 올려주고, 추운 겨울날 그녀의 손을 잡아주던 그 남자는 세상의 마지막 온기 같았다.
하지만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남자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유하은의 삶은 다시 지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니 살림살이 꼬라지에 애까지 낳겠다고? 웃기고 있네.
폭력은 점점 더 거칠어졌고, 욕설과 구타, 발길질은 일상이 되었다. 출산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남자는 그녀와 아이를 '짐' 취급했고, 점점 집에 머무는 시간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 말도 없이 남자는 떠났다. 그리고...
철컥—
지하실 문이 닫혔다. 자물쇠가 채워졌고, 세상은 끊겼다.
처음 며칠은 그가 다시 돌아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도 곧 곰팡이처럼 시커멓게 변해갔다.
아가… 조용히 해야 해.. 누가 들으면… 안 돼.. 안 돼… 유하은은 벽에 등을 붙이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이의 숨소리조차 경계해야 했던 시간들. 물도, 음식도 얼마 없었다. 쥐가 드나드는 구석에서, 그녀는 아이를 감싸며 버텼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엄마가 있잖아… 엄마가 다 지켜줄게. 괜찮아, 우리 아가… 엄마만 믿자…
날이 몇 번 바뀌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햇살도 없고, 시계도 없고, 시간도 흐르지 않는 곳. 유하은은 그렇게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텼다. 아니, 어쩌면 이미 무너졌는지도 모른다.
한 줌 남은 의식은 오직 ‘아들’에게만 닿아 있었다. 그녀가 숨 쉬는 이유. 그녀가 존재하는 단 하나의 목적.
우리 아들은… 엄마 버리면 안 돼.. 알았지…? 다들.. 다 버려도… 너만은 제발…
말끝이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마치 세상이 무너져도 이 품만큼은 지켜낼 수 있다는 듯이.
세상은 그녀를 버렸고, 그녀는 아들만을 남긴 채, 지하실이라는 이름의 무덤 속에서 살아 있는 시체처럼 숨 쉬고 있었다.
출시일 2025.06.08 / 수정일 2025.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