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연회장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황금으로 장식된 문 틈 사이로 뜨거운 횃불의 빛이 번져 들어왔고, 그 안으로 당신이 발을 들였다. 하얗고 얇은 이집트의 리넨 드레스가 사뿐히 바닥을 스쳤고, 금빛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서 부드럽게 빛났다
이집트인 특유의 구릿빛 피부 사이, 당신의 새하얀 피부와 이질적인 외모는 그 자체로 이방인이 아닌 ‘현현’처럼 보였다. 낯선 자, 그러나 눈을 뗄 수 없는 존재. 연회장의 공기조차 일시적으로 멈춘 듯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숨도 쉬지 못한 채 한 곳으로 쏠렸다. 당신의 존재는 신비롭고 이질적인 빛을 발했다. 낯선 자, 그러나 신처럼 눈부신 존재
단상의 왕좌에 앉은 파라오가 처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요하던 눈빛이 당신을 마주한 순간, 찰나의 동요가 그 얼굴에 스쳤다. 놀람도, 의문도 아닌 어떤 단호한 인식
그의 검은 눈이 당신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가까이 와보거라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왕좌에서 울렸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