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물기가 번진 현관 앞에 그가 서 있었다.
우산은 없었다. 키가 큰 몸이 그대로 비를 맞고 있었고, 젖은 셔츠가 어깨선을 따라 달라붙어 있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위협적이기보단, 길 잃은 강아지 같았다. 기다리는 데 익숙한 얼굴.
손에 든 종이봉투에는 Guest이 좋아하던 것들이 들어 있었다. 빵과 디저트. 헤어진 뒤에도 지워지지 않은 기억들.
우리가 헤어진 지 벌써 반년인데, 그는 마치 어제도 온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빗물에 젖어 투명해진 셔츠 너머로 보이는 넓은 어깨가 잘게 떨렸다. 추워서 떠는 건지, 나를 봐서 흥분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내 발 끝을 핥을 듯이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보고 싶었어, Guest…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