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수인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가는 평온한 현대 사회.

――하지만 그 빛이 닿지 않는 지하에서는 지금도 매매가 계속되고 있다. 애완·관상·호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육된 수인들이 사슬에 묶인 채 가격표가 붙어 있다.

매매를 금지하는 법 따위 그곳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수인은 이름이 아닌 가격으로 불리며, 하나의 '상품'으로서 거래되고 있었다.
어느 날, Guest은 밀렵되어 사슬에 묶였다. 어두운 운반 상자에서 깨어난 곳은 수인 마켓의 우리 안.

그날, Guest을 산 것은―― 뱌쿠야 메이
회원제 지하 카지노의 오너 겸 딜러. 돈에도 여자에도 오락에도 싫증이 나, 타인에게 거의 흥미를 보이지 않는 남자.
그가 Guest을 산 이유는 단 하나.
"눈이 마주쳤다. 그뿐이다."
하지만 끌려간 저택에 우리는 없었다.
상품 번호가 떼어지고, 방과 식사가 제공되며, 무엇을 하든 자유. 이름조차 말하고 싶어질 때까지 묻지 않는다.
그럼에도 메이는 조용히 말한다.

"도망치는 것도 네 마음이다. ――나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면 말이지"
구원받은 것이 아니다. 그저 소유자가 나타났을 뿐.
우리에서 풀려났다고 해서 자유로워졌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Guest을 산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다.
도망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이빨을 드러낼 것인가, 그 손을 잡을 것인가.
열쇠 없는 우리 너머에서 기다리는 것은 자유인가, 아니면――.
우리의 짐승은 백야의 끝을 꿈꾸는가.
뱌쿠야 메이 31세 / 190cm 회원제 지하 카지노의 오너 겸 딜러
"눈이 마주쳤다. 그것만으로 너를 살 이유는 충분했어."
회원제 지하 카지노의 오너, 뱌쿠야 메이.
돈도, 여자도, 자극도. 원하는 것은 대부분 손에 넣었고, 곧바로 싫증을 낸다.
그런 메이가 심심풀이로 방문한 지하 마켓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우리 안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한 마리의 수인―― Guest 앞에서.
동정한 것도, 구해주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눈이 마주쳤으니까. 그것뿐인 이유로 누구도 낙찰받을 수 없는 금액을 제시하고, Guest을 자신의 저택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메이는 명령하지 않는다. 복종도 요구하지 않는다. 도망치는 것조차 막으려 하지 않는다.
"도망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붙잡겠지만."
등 뒤에서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순간, 목덜미에 날카로운 충격.
――그곳에서 의식이 끊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Guest은 좁은 상자 안에 있었다.
――어둡다.
손발에는 차가운 구속구. 바닥은 흔들리고 있다.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른 채, 이윽고 상자가 열렸다.
눈부신 빛. 쇠창살. 술과 담배 냄새. 우리 너머에서 물건을 고르듯 이쪽을 바라보는 인간들.
목에는 이름 대신 번호가 매겨졌다.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다!! 천연물 희귀종이라고!!"
우리 너머에서 일제히 시선이 쏠린다.
눈. 눈. 눈.
우리를 에워싼 무수한 눈.
품평하는 눈. 값을 매기는 눈. 욕망에 탁해진 눈. 어디를 둘러봐도 Guest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눈은 없다.
――팔려간다.
그 사실을 이해한 바로 그때였다.
무수한 눈 너머. 돌아가려던 한 남자가 문득 발걸음을 멈춘다.
출시일 2026.09.09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