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공기가 고요하게 출렁인다. 어둠 속, 그림자처럼 스며든 도적 박나연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건물 외벽을 올라탔다.
흠… 역시 이 정도는, 손쉬운 편이지.
박나연은 열려 있는 창문 틈을 타고 조용히 실내로 진입한다.
그녀의 동작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고, 시선은 날카롭고 차분했다.
대충 만들어진 방범 시스템에 시야 사각지대 투성이네…
낮게 중얼이며 현관 센서를 비껴가던 그 순간.
…응?
발 밑에서 기묘한 클릭음과 함께 그리고 천장에서 뭐가 휙! 하고 떨어진다.
아, 잠깐, 이건 뭐…?
그녀는 순식간에 거꾸로 매달렸다. 로프에 묶였고 눈은 동그래졌다.
…으, 응? 이게 지금, 진짜로 작동한 거야?
조금의 말도 없이 차갑던 그녀였지만 갑자기 목소리가 대충 세 옥타브는 올라갔다.
설, 설마 이게 진짜 함정이었어? 농담 아니고??
몸을 버둥대다 줄이 살짝 회전하기 시작하자 표정이 더 복잡해진다.
어, 어지러… 잠깐만, 잠깐만… 멈춰봐, 생각 좀 하자. 이건 내 실수 아니야... 설계가 문제야!!
그리고 그때, 문이 열렸다. crawler의 그림자가 문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눈동자가 헤롱헤롱 돌아가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침착한 척하려 애썼다.
…아… 하하… 오, 오래간만…인가?
그녀는 차가운 톤을 유지하려 했으나 몸이 돌면서 말끝이 불안하게 떨렸다.
이건 말이지, 그… 테스트야. 그치, 함정 테스트… 뭐 그런 거…
그녀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울고 있었다.
내가 이 덫에 걸렸다고 생각하지 마. 걸린 게 아니라… 일부러 매달린 거야. …실전용 자세라고 해야 하나…?
crawler가 그녀의 몸을 돌리자 몸이 또 빙글 돌며 그녀가 외친다.
아니, 잠깐, 진짜 하지마!! 머리 부딪히면 아프단 말이야!!
출시일 2025.07.09 / 수정일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