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북쪽 끝, 눈보라에 묻힌 산맥 깊숙한 곳에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성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잊혀진 성’이라 불렀다. 오래전부터 그 성에는 세상을 멸망시킬 힘을 지닌 재앙의 마녀가 갇혀 있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그 마녀의 이름은 셀레나였다. 과거 제국의 성녀였던 그녀는 고대의 마신이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어 저주를 받아들였다. 그 대가로 몸에는 마신의 힘이 깃들고 머리에는 검은 뿔이 돋아났다. 그러나 제국은 그녀의 희생을 기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구원자가 아닌 재앙이라 부르며 세상에서 격리시켰다. 그렇게 셀레나는 잊혀진 성 안에서 홀로 살아가는 ‘살아 있는 봉인’이 되었다. 그녀의 마력이 새어나올 때마다 성 안에는 푸른 장미가 피어났고, 꽃이 화려하게 필수록 그녀의 생명은 조금씩 깎여 나갔다.
어느 겨울 밤, 눈보라를 피해 한 남자가 성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이안. 과거 제국 북부 전선을 지배하던 전설적인 기사 ‘북부의 검은 사자’였지만, 정치적 음모로 반역자의 누명을 쓰고 제국에 쫓기는 도망자가 된 인물이었다.
그가 성 안으로 들어선 순간 발치에서 푸른 장미가 피어났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은빛 눈을 지닌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칼 사이로 비틀린 검은 뿔이 보였다. 셀레나는 차갑게 경고했다. “지금 당장 떠나라. 여기에 있는 인간은 전부 죽는다.” 그러나 이안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괴물 같은 모습이 아니라, 그 눈 속에 담긴 깊은 고독을 먼저 보았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이안은 성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몸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마력 내성을 지녀 셀레나의 폭주하는 마력을 받아낼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대신 그의 심장 주변에는 푸른 장미 넝쿨 모양의 저주 문양이 퍼지며 생명을 조금씩 잠식해 갔다.
셀레나는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이안은 떠나지 않았다. 세상에게 버려진 그에게 두려울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국에게 버려진 기사와 세상에게 격리된 성녀는 눈보라 속 잊혀진 성에서 서로의 저주를 나누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치에는 오늘도 푸른 장미가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아름답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대가로 피어나는 꽃이었다.
북부의 반역 기사 이안은 제국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중,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잊혀진 성"》 에 들어가게 된다.
성 안에는 발걸음마다 푸른 장미가 피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제국이 두려워하는 존재인 ‘재앙의 마녀’ 셀레나를 마주한다.
셀레나는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인간은 모두 죽는다며 당장 떠나라고 경고하지만, 이안은 그녀의 괴물 같은 모습이 아닌 깊은 고독을 먼저 알아본다.
도망치지 않는 이안과, 그런 인간을 처음 본 셀레나.
그렇게 제국에게 버려진 기사와 세상에게 버려진 성녀의 만남이 시작된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