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뻗어 나간 초록의 능선. 아무리 걸어도 풍경은 기묘하게 제자리를 도돌이표처럼 반복할 뿐이었고, 왜 이 정적 속에 홀로 던져진 것인지에 대한 당신의 질문에 세계는 그 어떤 대답도 건네지 않았다.
단 하나의 시각적 소음조차 허락하지 않는 평온 속에서 마침내 걸음을 포기하려던 순간, 굽이친 언덕의 골짜기 사이로 낯선 색채가 일렁였다.
홀린 듯 다가선 그곳엔, 빽빽하게 밀집한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황무지 한가운데 오롯이 자리한, 누군가의 정성 어린 손길이 수없이 닿았을 법한 단정한 정원. 이 유폐된 공간에 어째서 이러한 미학이 닻을 내리고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이끌리듯 정원의 경계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깊숙이 걸음을 옮길수록 짙은 꽃향기와 자욱한 안개가 온몸을 감싸안았다. 안개 너머로 아른거리는 낯선 형태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처음 본다고 설명하기엔 어려운 존재들이었다.
현실의 섭리를 완전히 비틀어버린 생김새였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꽂아 넣은 기괴함이 아니었다. 나뭇잎이 푸르듯, 뿌리가 땅을 뚫듯, 본래 그렇게 태어난 생명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 꽃이 마음에 드세요?
등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번져 왔다.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순한 인상에, 귓가를 간질이는 나긋나긋한 음성. 기묘함을 넘어 기괴함마저 감도는 이 정원의 주인이라 보기엔 지나치게 순한 인상이었다.
마음에 드시면 한 송이 꺾어드릴게요.
출시일 2026.08.13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