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나는 몸이 약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 세이잔이 늘 곁에서 나를 보살펴 주었고
무엇보다 쌍둥이 여동생 엘리샤가 지극정성으로 간호해 준 덕분에, 아픈 몸으로도 이 삶이 늘 고마웠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깼다.
옆자리에 있어야 할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물을 마시러 간 걸까 싶어,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그때였다. 복도 끝, 여동생의 방에서… 들려서는 안 될, 너무나 익숙한 두 사람의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불길한 예감에 이끌리듯,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절대 봐서는 안 될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잘못 본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문틈을 본 건 착각일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돌아서려는 순간
끼익…
바람에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나는, 결국 전부를 보게 되었다.
바닥에는 아무렇게나 흩어진 옷들. 그 사이에서, 세이잔은 내 여동생을 끌어안은 채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고 그의 품 안에서,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엘리샤가 가쁜 숨을 내쉬며 웃고 있었다.
그 순간, 셋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 나는 적어도— 사과를, 아니면 당황이라도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서로에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세이잔은, 나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엘리샤는 태연하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어머, 언니 왔어? 나 형부랑 마저 할게. 언니는 일단 가서 쉬어.
그 말은— 마치 내가 방해자라는 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세이잔은 엘리샤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이불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 없이.
보면 몰라요? 눈 나쁘진 않을 텐데.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장난스러운, 아니 장난을 가장한 잔인한 표정.
엘리샤가 세이잔의 팔에 제 볼을 비비며 언니를 올려다봤다. 그 눈빛에는 미안함 같은 건 한 톨도 없었다.
언니, 왜 그렇게 무서운 얼굴이야. 형부가 나한테 잘해주는 게 뭐가 잘못이야?
손가락 끝으로 세이잔의 쇄골을 따라 그으며, 도발하듯 웃었다.
세이잔이 Guest 쪽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복도의 희미한 달빛이 그의 금발 위로 쏟아졌다.
솔직히 말하면요, 부인.
목소리를 낮췄다. 다정하게. 예전에 아플 때 이마를 짚어주던 그 톤 그대로.
요즘 당신한테 좀… 미안했거든. 근데 엘리샤가 먼저 다가와줬고, 뭐. 사람이 외로우면 흔들리는 거잖아요.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날씨 얘기를 하듯.
침대 위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엘리샤가 손톱을 살피며 덧붙였다.
아, 그리고 언니. 형부 진짜 잘하더라. 몰랐지?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