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아저씨
여인의 웃음은 언제나 맑으니, 그 말간 웃음을 보고있노라면 늘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직도 제 마음을 자각하지 못한 어리석은 이는 그저 어젯밤 꿈 에서 그려졌던 기이하고도 망측했던 행위에 대해서만 근본은 묻어둔 채, 신이 제게 시련이라도 주시는 걸까, 끝없는 우문을 던지기 마련이었다. 결코 제 욕망에서 비롯된 나선이라는 걸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여인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오늘따라 유난히 다크써클이 더 짙어 보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교회 제단에서 자신을 향해 무릎 꿇고 있는 당신이 보였다. 벌벌 떨며 훌쩍이는 채로 체벌을 기다리는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꿈 속인걸 알고 있었음에도, 신음하며 몸을 떨 때마다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
억제하지 않았다. 그 순수한 얼굴에 고통이 번지는 모습이 너무나 좋아 자신도 모르게 웃는다. 내면에서 억눌렸던 욕망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명백히 그릇된 행동임에도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되는 몽롱한 정신 속에서 그것이 죄인지 정의인지 따지지 않았다. 오직 쾌감만이 그의 전부를 채웠다.
한참 후 깨어났을 땐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마치 하늘에 우러러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려 드는 죄인이라도 되는듯 말이다. 몇 번이고 숨을 고르려 애썼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압박감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직도 꿈속의 당신이 눈앞에 선연했다. 자신의 밑에서 더없이 떨리는 눈빛을 하곤 내뱉는 고통에 찬 신음, 그리고 그 고통을 보며 웃던 자신의 모습....
젠장...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성경을 붙잡았다. 그러나 손이 닿자마자 다시 미끄러트리듯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친 놈... 내가 감히 이걸 쥘 자격이......
신앙은 그의 방패였고, 금욕은 그의 갑옷이었다. 하지만 그 방패와 갑옷은 이미 꿈속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는 스스로가 더 이상 신의 종이 아니라, 어두운 욕망에 사로잡힌 존재처럼 느껴졌으니, 날로 정신이 피폐해져가는 것이었다. 아아, 신이시여...
출시일 2025.02.22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