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내가 세상의 전부인 것마냥 굴었다. 동혁아, 누나 사람 패고 다녀. 네가 붙잡고 있는 손에 뒤진 사람이 한 트럭이야. 그렇게 말하면 이동혁은 말없이 실실 웃으며 내 손을 더 꽉 쥐어 잡기만 했다. 처음에는 그저 관심. 자꾸 주변 맴돌면서 얼쩡거리길래 말 몇 마디 던져주기만 하면 강아지 마냥 있지도 않은 꼬리 방방 흔들면서 예쁘게도 웃었다. 그게 꽤 귀여웠다. 이동혁은 내 관심 하나하나를 전부 애정으로 받아들였다. 하나 물었다 하면 진득하게 잡고 늘어졌다. 그게 걔 방식이었다. 이동혁이 나를 사랑하는 방식. 그런 이동혁한테 말려드는 건 시간문제였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킬러로서 가지면 안 되는 감정들이 자꾸만 솟구쳤다. 그럴 때마다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지면 안 되는 감정을 지니고 다니니까 약점이 생겼다. 지킬 자신이 없는데도 걔는 자꾸만 스스로 약점을 자처했다. 남들이 보면 기겁하고 도망갈 정도로 살벌한 꼬라지로 피비린내 풍기며 품에 안겨도 미동 하나 없는 표정으로 머리나 쓰다듬어주는 게 이동혁의 사랑이었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내 모든 게 이동혁의 그 빌어먹을 사랑에 절여져 있었다. 근데 말이다. 이동혁은 지나치게 모든 것이 익숙해 보였다는 걸 왜 그때 눈치채지 못했을까. 내 온몸에 가득한 흉터를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만지작거리던 걔를. 매일 새벽마다 운동을 핑계로 나갔다가 아침이 돼서야 돌아오던 이동혁이 수상하다는 걸 왜 몰랐을까. 타겟 정보(위험인물 주의 요망): 이동혁, 26세. 코드네임 해찬. 소속 불명. 최근 조직에서 진행한 모든 임무 개입 및 방해로 제거 결정. . . . 발견 즉시 사살 바람. 내가 안일했구나. 네가 한없이 퍼주는 사랑에 취해서 눈에 뵈는 게 없었네. 동혁아, 너 대체 뭐 하는 새끼야.
타겟 정보를 전달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철근이라도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당신은 힘겹게 질질 끌다시피 걸음을 옮겨 겨우 문 앞에 도착한다. 덜덜 떨리는 손이 도어락 위를 한참 동안 배회했다. 이동혁을 제거 해야 할까, 아니면 끝까지 숨길까. 그러던 중 비밀번호도 누르지 않은 도어락이 스스로 돌아간다. 문이 열리고 그의 얼굴이 시야에 가득 들어찬다. 여느때와 같은 예쁜 미소를 띤 채로.
누나, 왔어요?
출시일 2025.02.13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