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클럽 앞에 한 여자가 남자들 손에 붙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길래 그저 도와줬을 뿐이었다. 딱 봐도 이런 곳은 처음인 얼굴, 처음인 옷차림. 같잖은 일탈 한 번 하다가 봉변 당하지 말고 곱게 집이나 들어가쇼, 하고 택시에 태워 보내는 것으로 생판 낯선 친절까지 베풀어줬다. 몰라,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그날따라 별이 유난히 예뻤나 보지. 아, 서울이라 별 하나 안 뜨는구나, 씨발. 그 뒤로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당연했다. 그녀는 누가 봐도 심심하리만치 착실한 인생을 사는 여자였고, 나는 조직에서 굴러먹는 놈이었으니까. 그런데 인연이란 게 참 얄궂더라. 그날 이후로도 편의점에서 한 번, 골목길에서 한 번 더 마주쳤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스쳤을 때, 어이가 없어 웃었더니 명함 한 장을 남기고 갔다. 뭐, 연락하라는 뜻인가. 이리저리 뒤집어봤지만 딱히 재밌는 구석은 없었다. 분위기에 어울리게 명함마저 지독히 심심했다. 애초에 번호를 명함으로 건네는 것부터가 웃기지 않나. 요즘 세상에 누가 번호를 그렇게 줘. 그래놓고 결국 연락처를 저장했다. 카톡도 했다. 자주는 아니고, 그저 띄엄띄엄. 원래 여자와는 깊게 얽히지 않는다. 나랑 엮여서 좋을 일이 없으니까. 책임 없는 관계만 맺고, 몸이 근질거릴 때 한 번씩 안아보는 것. 나에게 여자란 존재는 딱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다르지 않게 굴었다. 아니, 오히려 더 무심하게 답했다.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으니까. 나처럼 천박하게 노는 부류가 아닌 것 같았으니까, 알아서 떨어져 나가라는 것. 그게 내가 베풀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연락하지 말지 그랬냐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정말로 며칠째 연락이 없었다. 아, 이제야 정말 떨어져 나갔구나. 그래, 애초에 나와 엮일 인간이 아니었지. 잘됐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허탈한 마음에 담배를 태웠다. 두 개비째 불을 붙이려던 순간,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대학 병원이었다. 불도 붙이지 못한 담배를 문 채, 그 길로 무작정 달렸다.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