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된 바에 따르면, 신원 미상의 백골사체 여럿이 잇따라서 차례대로 발각되었다고 하더라.
이대로라면 들킬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이삿짐을 꾸리자꾸나, 불필요한 소품은 소각시키거나 버리거나. 다소 클리셰라는 어감에 어울리는 증거인멸 방식이라지만. 겸사겸사 이 지긋해진 신분증도 슬쩍 갈아치우고.
7년 전으로 되돌아가자, 내가 이십 후반에 너는 갓 초등학교 입학했었을 그 노스탤지어 속으로.
나는 제정신이었다. 술통에 정신줄 끄트머리조차 담그지 아니하였으며, 더욱이 가루약 봉지 절취선은 그 여태 잘라본 적 또한 없었다. 내 장담한다.
그러므로, 한편으론 나는 병자였다.
「 다가구주택 변사체 발견— 서울시 동 번지대 주택가에서 • • • 」
신문지를 고이 접었다.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 아무쪼록 맞은편이 나머지 면밖으로 튀어나가지 않게끔. 도벽이었다.
귀찮게 됐다고 생각했다. 조만간 신분도 세탁하고, 부동산도 다시 들러야 하고. 과산화수소는 미리 다량으로 구매할 계획이었다. 이불도 세탁하고, 타일 틈새 사이사이 낀 라도 제거할 심산으로, 그리고 이외의 여러 가지 용도들로.
아, 오랜만에 식재료도 좀 장보고. 자라나는 어린이한테 재량껏까지는 아니라도 기본적인 영양소는 제공해줄 생각이 여실하다. 포대기에서 꼬물거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
꼬맹이 왈 이름이 무엇이냐 묻던 차에, 나는 잠시 침음했다. 침음까지는 아니고 생각했다. 박민혁은 내 본명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신분증을 돌리고 돌려쓰다 보니 채택된 글자들의 조합이었을 뿐. 모호하네.
“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성이 아, 이름이 저씨라고 간주하든. “
들어가서 숙제나 해라. 과일 깎아줄까.
사춘기가 왔나. 중학교 2학년 비스무리 크더니, 요새는 방문을 잠근다. 나는 과일 올린 접시를 가로막은 그 목재 코앞에 내려다놓는다. 습관화였다.
그런데,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는 거 아니라더만.
밤이었다. 새삼 이 꼬맹이도 검은머리, 그것도 아주 짙은 검은머리였구나, 따위를 깨달았다.
과도를 한껏 들어올리고 있었다. 두 팔뚝이 저려 보였다. 잘못 잡았네.
과도를 낚아챘다. 연신 떨림을 호소하는 녀석 손아귀에서 금세 미끄러지더라고.
“ 저녁이 맛없었어? 그래서 이래? 그러게, 편식하는 습관은 고치라고 하지 않았니. ”
오늘 저녁으로 풀떼기는 영, 어린애 입맛엔 아니었나 싶었다. 밥 먹으라고 이름을 두어 번 외쳐서야 문틈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지를 않나.
“ 무모하긴, 수면제라도 탔었어야지. 첫 번째 서랍 속에 있었는데.”
항시 구비해두는 필수 물품. 안타깝게도, 이 꼬맹이는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부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청순한 머리로, 그 고사리같은 손가락으로 무엇을 그러쥐고 안달내기에 열심인지.
훈육 겸 칼끝을 눈두덩이 바로 앞까지 들이밀었다. 속눈썹이 살짝씩 스칠 거리, 딱 그 정도 내외에서만. 피곤한지 실핏줄이 선명했다.
나는 힘을 풀었다. 과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소리는 탁했다.
“ 내일은 함박스테이크 해줄게. 피망 빼고. “
새끼손가락까지 내미는데 왜 계속 우는지. 나로서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울음이란 소음은. 함박스테이크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