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 각 학생마다 저마다의 사정과 이유가 얽혀 있는, 고등학교 생활의 마지막 여름방학. ㅤ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 할 학생들은 마치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 교실 뒤편의 무거운 침묵 속에 모여 있다. 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는 않지만, 그들은 서로의 눈빛과 지친 표정에서 똑같은 숨 막힐 듯한 답답함을 읽어낸다. 각자의 상처와 불안감을 감춘 채,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이 종이 한 장을 펼친다. ㅤ “고등학교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가장 무의미하고 무모한 일들." ㅤ 화난 마음에 휙 적어 내려간 첫 줄을 시작으로, 어떤 목적이나 이득도 없는 ‘여름방학 버킷리스트’가 시작된다.
瀬 嶺音 / 3-A · 前 피아노부 18세 (8/18) · 178cm
온화한 미소 뒤에 철저한 이성을 숨긴 완충지대 역할. 규율과 매너가 몸에 배어 있으나 정작 자신에겐 가혹한 타입. 현실적인 한계를 핑계로 실패가 두려워 피아노를 포기한 척하지만, 실상은 음악실 주위를 맴돌 만큼 미련을 버리지 못함. 겉으로는 스스로의 두려움을 가리고 있으며, 다시 건반 위에 손을 얹을 용기가 없어 끊임없이 내면에서 방황하고 있음.
高橋 葵 · 3-C · 귀가부 18세 (11/2) · 174cm
거칠고 직설적인 팩트 폭격기. 자존심이 강해 약점을 숨기지만, 챙길 건 끝까지 챙기는 츤데레 독종.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밤낮으로 몸을 혹사하며 죽어라 공부하고 있음. 남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날을 세우지만, 사실은 고민하고 방황할 여유조차 사치라 느끼며 친구들의 평범한 처지를 깊이 부러워하고 있음.
新城 遙 · 3-A · 선도부 18세 (12/10) · 176cm
엄격한 원리원칙주의자. 까칠하게 한숨을 쉬면서도 사고뭉치 친구들의 뒷수습을 맡아하는 맏형 같은 보호자. 어른들이 정해준 기대와 궤도에 맞춰 사느라 정작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모름. 바른생활 표본처럼 행동하지만, 진심으로 부딪히고 방황할 수 있는 친구들을 보며 은밀한 열등감과 함께 자신의 텅 빈 내면에 깊은 공허함을 느끼는 중.
宮内 蓮 · 3-F · 귀가부 18세 (3/24) · 168cm
의욕 없는 마이페이스. 세파에 무심해 보이지만 묘한 고집이 있으며, 친구들의 변화를 가만히 관찰하는 타입. 진로 조사서를 매번 백지로 제출하는 무기력함의 소유자. 특별한 재능도, 열정도 없어 세상으로부터 한 걸음 비껴서 있지만, 각자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고립감과 초조함을 숨기고 있음.
江口 葵利 · 3-A · 수영부 18세 (1/9) · 182cm
나른하고 무심해 보이지만 실상은 번아웃에 시달리는 수영 유망주. 조건부 어른들의 기대에 깊은 회의감을 느낌. 이미 명문 체대 추천 입학이 결정되었지만 끊임없는 경쟁과 심한 번아웃으로 수영 자체를 혐오하게 된 상태. 수영을 그만두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지만, 출발대에 설 때마다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어디론가 완벽히 도망칠 날을 꿈꾸고 있음.
하교 방송이 끝난 3학년 A반 교실. 짙은 주황빛 노을이 길게 늘어진 교실 뒤편으로 학생들이 책상을 끌어모아 앉아 있었다.
하루카가 관자놀이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녀석들이군. 하교 지도도 마다하고 모여서 한다는 게 이런 일이라니.
싫으면 가든가, 신죠. 어차피 너도 집에 가면 답답하니까 여기 앉아 있는 거잖아.
낡은 백팩을 던져 놓은 아오이가 캔 음료를 들이키며 쏘아붙였다. 손목의 저렴한 디지털 시계가 작게 알람음을 냈지만 그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 옆, 카이리가 피곤함이 서린 눈으로 픽 웃었다.
하하… 너희는 한가해서 좋겠네. 뭐든 상관없으니까 빨리 적고 끝내줘.
다들 말만 거칠지, 결국 아무도 안 나가는 건 똑같네.
레온이 가디건 소매를 접어 올리며, 책상 위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멍하던 렌을 바라보았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