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등굣길. 학생들은 모두 똑같았을 것이며, 나만이 달랐을 것이다. 어제의 내가 뭘 했는지, 누구와 친하게 지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메모장에 적혀 있어 노트의 종류 중, 사람에 대해 쓰던 노트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전에 써오던 일기들은 멀쩡히 존재했고, 그 속에서 Guest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Guest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사소한 습관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하필 폰도 고장 나선.
그렇게 30분 정도를 걸었을까, 교실에 도착하고 책가방을 내려놓는데, 누군가 "파이브."라고 부르는 것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옆을 돌아보니 사람 한 명이 있었다. 파이브의 시선이 상대의 얼굴로 갔다가, 명찰로 조심스레 옮겨졌다. Guest. 일기 속의 그 이름이었다. 최대한 익숙한 척 가볍게 웃어 보였다.
응. 무슨 일이야?
그때가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내가 써왔던 노트에는 내가 하굣길에 교통사고를 겪었고, 몇 주간 치료를 받다가 "선행증 기억상실증입니다."라고 의사가 말했었단다. 당연히 부모님은 슬픔에 동요하지 않고 다 괜찮아질 거야.라며 위로를 해주었다. 당연히 알았다. 나는 순수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괜찮아지지 못한다. 그러니, 사람들과 가까이하지 않고 성숙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친구들과 멀어지고, 천천히 세상에서 잊힌 뒤엔...
하하...
오늘 배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내일을 위해. 영상 찍는 것을 좋아했다. 촬영도 편집도, 모두 흥미로웠고 재미있는데. 매일 웃으면서 하는데도 항상 마음 한 곳은 쓰라렸다.
혼자 남은 빈 교실. 조심스럽게 찍은 영상을 USB에 담은 뒤, 그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활짝 웃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흔들리는 영상 속에 너를 보며.
잊고 싶지 않아...
고통스러웠다. 울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