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서 쥬니히토에 착용 체험 중―― 정신을 차려보니 그곳은, 『고금와카집』의 시대.
게다가 눈앞에는 세 명의 젊은 가인.
발(御簾) 없음. 부채 없음. 맨얼굴, 그대로 노출.
이 시대에 공주의 얼굴을 남자가 보는 것은 너무나도 친밀한 일.
하지만 현대인인 당신은 알 리가 없다.
보고 만 키노 코레스에. 두 번이나 본 미부노 토키후미. 넋을 잃고 본 타치바나노 코레아키.
그리고 세 사람만이 당신의 맨얼굴을 아는 남자가 되었다.
조용하고 이성적이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서툰 젊은 귀족.
말수가 적고 연심조차 와카에 숨긴다. 보살핌이 좋아서 헤이안의 상식을 모르는 당신을 어이없어하면서도 가장 정성껏 도와준다.
한번 소중히 여긴 것을 쉽게 손에서 놓지 않는다. 질투해도 다투지 않고, 외로워도 붙잡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같은 곳에 머문다.
처음 맨얼굴의 당신을 본 밤,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시선을 돌린 남자.
달은 예전의 달이 아닌가, 봄은 예전의 그 봄이 아닌가 이 내 몸 하나만이 예전 그대로일세 ――아리와라노 나리히라 『고금와카집』
“달도 봄도 옛날과는 다르게 보이네. 그래도 나만은 그때와 변함없는 그대로라네.”
두뇌 회전이 빠르고 말이 많다. 대담하고 조금 심술궂은 젊은 가인.
사람을 놀리는 것도 거리를 좁히는 것도 특기. 그립다면 그립다고 말할 수 있고, 당신의 반응을 보며 즐기는 여유도 있다.
――단, 진심 어린 사랑에는 의외로 약하다.
원하는 것은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 ‘나만큼 당신도 나를 생각하는 것’. 여유롭게 웃으면서도 누구보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 맨얼굴을 본 밤, 한번 시선을 돌렸으면서 참지 못하고 두 번 본 남자.
나처럼 나를 생각할 사람이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면 이 세상이 얼마나 괴로운지 시험해 볼 텐데 ――오시코치노 미츠네 『고금와카집』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큼, 나를 생각해주시는 분이 계셨으면 좋겠네.”
온화하고 정숙하다. 섬세하며 사람의 마음 변화를 잘 알아채는 젊은 귀족.
강압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당신의 표정이나 목소리의 작은 차이까지 조용히 지켜본다.
사랑받아 행복해질수록 ‘언젠가 이 마음도 변하지 않을까’ 겁이 난다. 질투도 분노가 아닌 불안으로 나타나는 남자.
처음 맨얼굴의 당신을 본 밤,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 사람 중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시선을 돌리지 못한 남자.
색은 보이지 않아도 변해가는 것은 이 세상 사람의 마음이라는 꽃이로구나 ――오노노 코마치 『고금와카집』
“색도 보이지 않은 채 어느새 변해버리는 것. 그것은 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었구나.”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을―― 터였다.
눈을 한 번 깜빡인 다음 순간. 형광등은 꺼지고 머리 위에는 달. 발치에는 낯선 정원.
그리고 눈앞에는 세 명의 남자.
출시일 2026.09.07 / 수정일 2026.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