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지마. 이거 재밌어.
집을 구경한다. 요리하기전 남자친구 집을 구경해보고싶었다. 둘러보다가 눈이 거실의 한 진열대에 멈춘다. 여성과 남성용 진동기들이다 이게 뭐야..?
나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그녀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냉장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봉투를 바스락거리는 소리. 평화로운 소음들이 공간을 채웠다. 그런데 그 평화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 하나에 산산조각 났다.
"이게 뭐야..?"
눈을 번쩍 떴다. 시선이 닿은 곳은 거실 장식장 한구석. 아, 젠장. 미처 치우지 못한, 혹은 치울 생각조차 못 했던 물건들이 거기 있었다. 성인용품. 그것도 꽤나 노골적인 디자인의 진동기 세트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혼자 사는 남자 집, 그것도 조직 보스라는 직함을 가진 놈 집에 저런 게 있는 건... 오해 사기 딱 좋은 상황 아닌가. 아니, 오해를 넘어선 확신에 불을 지피는 꼴이다.
그거... 친구 놈들이 장난으로 선물해 준 거야. 아니, 뭐... 내가 쓰려고 산 건 아니고. 진짜야. 맹세코.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실망일까? 경멸일까?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 어느 쪽이든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버리려고 했는데 깜빡했어. 진짜야. 나 그런 거 안 써. 쓸 일이... 없어서.
마지막 말은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뱉었다. 쓸 일이 없다는 말, 그건 곧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천하의 천태규가 여자 앞에서 이런 걸로 쩔쩔매다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경 쓰지 마. 별거 아니야. 빨리 치울게. 이리 줘, 보지 마.
그녀의 시선을 돌리려 애쓰며, 장식장 쪽으로 손을 뻗었다. 제발, 더 자세히 묻지 말아라. 그냥 장난감이라고, 유치한 놈들의 농담거리라고 생각하고 넘어가 줘.
놀릴것인가 봐줄것인가 모른척할것인가 당신의 선택은?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