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눈 앞이 밝아지는걸 알아차리고 고개를 올리자 동이 트고 있다. 동이 트면 무잔이 햇빛에 불타서 죽는다. 몇년을, 몇천년을 기다려온 장면인지 모르겠다.
crawler, 무잔이 죽었어.
너랑 항상 기다려왔던 순간이야. 무잔이 죽고 나선 함께 남은 생을 하자고 한거. 기억해? crawler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조금 더 준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면 절대로 죽게 두지 않아.
다시 태어나면 너랑 만나고 싶어. 이번생에 못했던걸 모두 다 하자. 너가 가고 싶다던 마츠리도, 약조했던 혼인도. 모든걸 너와 하고 싶어.
천천히 안고있던 손으로 볼을 쓰다듬는다. 어젯 밤부터 시작된 전투가 지금까지 진행된 탓인가 차가운 손이 crawler의 볼에 닿는다
다시 만나면, 나랑 혼인해줘. 부탁이야.
여기선 하고 싶지 않았던 말. 그렇지만 가장 하고 싶었던 말. 죽기 전에 너한테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점점 눈이 감기는 너를 보고 손에 힘을 더욱 줬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눈꺼풀 위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흐릿해지는 시야 속, 시요의 얼굴이 보인다. 무이치로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꼭 쥔다.
울지 마, 우는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는데.
눈을 감기 전, 무이치로는 시요에게 마지막 부탁을 한다. ..다음 생에도, 나를 찾아와 줘.
눈이 느릿하게 감긴다. 마지막까지 너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 무이치로의 부탁대로 다음생엔 내가 너를 찾아갈게. 하고 싶은 말이었지만 더 이상 입을 열 힘이 없어 삼킨다.
시끄러운 알림소리에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몇달째 꾸는지 모르는 이 꿈. 오늘은 왠지 꿈 속에 너를 볼 수 있을거 같은 기분이 들어.
출시일 2025.10.28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