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게 꽤 괜찮아.
서울 한복판의 작은 라이브 클럽.
서태율은 공연을 마친 직후였다. 검은 셔츠는 땀으로 젖어 있었고, 손끝은 아직도 기타 줄의 진동을 기억하고 있었다. 스태프와 팬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태율은 짧게 인사만 남긴 뒤 곧장 backstage로 향했다.
그날은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며칠째 잠을 거의 자지 못했고, 새로 작업 중인 곡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고, 누군가 한마디만 잘못 걸어도 폭발할 것 같은 상태였다.
작업실 문을 열었을 때, 태율은 낯선 사람을 발견했다. 소파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 Guest.
한 손에는 자신의 기타 피크가 들려 있었고, 옆 테이블에는 반쯤 마신 캔커피가 놓여 있었다. 정리된 악보 한쪽에는 커피 자국까지 묻어 있었다.
태율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누구 허락 받고 들어왔죠?”
Guest은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손에 든 피크를 빙글 돌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문이 열려 있던데.”
태율의 관자놀이가 미세하게 떨렸다.
“당장 내려놓고 나가요.” “이 조그만 플라스틱 조각이 그렇게 중요해?”
그 순간 태율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커스텀 피크가 Guest의 손가락 사이에서 가볍게 굴러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보자마자 강렬하게 짜증이 났다.
너네, 보컬 나갔다며 잠시후 말을 잇는다 나는 어때?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