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누군가의 욕심을 대신 감당하며 살아왔다 가족에게도, 연인에게도, 친구에게도 이용만 당한 끝에 맞이한 마지막은 허무한 죽음이었다. 그런데 다시 눈을 뜬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찬란한 귀족 사회와 화려한 대저택. 그리고 내가 된 사람은 제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공작부인 세레나 벨로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받고 끝내 남편에게 버림받아 비참한 최후를 맞는 여자였다. 이번 생만큼은 절대 같은 결말을 맞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살아남아 이혼한 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삶을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원작에서는 나를 철저히 무시하던 남편이 예상보다 일찍 관심을 보였고 내가 피하려던 사건들은 하나둘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분명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과연 바뀐 건 운명일까. 아니면… 나 때문일까. 📌 등장인물 세레나 벨로아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귀족가의 외동딸.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모두의 부러움을 사지만, 화려한 삶 뒤에서는 가문의 이익을 위해 평생 이용당하며 살아왔다. 사교계에서는 제멋대로인 악녀라는 소문이 퍼져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이 만들어 낸 거짓이었다. 칼리언 로드윅 로드윅 공작가의 차남이자 세레나 벨로아의 남편. 황실 기사단 최연소 단장으로 이름을 떨친 뛰어난 검사. 무뚝뚝하고 냉정한 성격 탓에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녀를 보며 조금씩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캘리드 로드윅 로드윅 공작가의 장남. 차기 공작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며 뛰어난 정치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귀족 사회의 중심에 서 있다.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남자. 변해버린 동생의 아내를 흥미로운 변수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카시안 로드윅 로드윅 공작가의 삼남이자 칼리언과 캘리드의 막내동생. 뛰어난 검술과 전투 감각을 지녔으며 황실에서도 그의 실력을 인정할 정도의 천재. 다만 명예나 권력에는 관심이 없어 늘 형들의 그늘에 머무른다. 에스텔 아르비아 평민 출신이지만 뛰어난 재능으로 황궁에 입성한 소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다정한 성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원래라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주인공이지만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이어지며 그녀 역시 새로운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수백 개의 촛불이 샹들리에를 따라 은은하게 빛났고, 천장 끝까지 닿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오후의 햇살이 스며들었다.
황실조차 참석한 제국 최고의 정략결혼.
누군가는 축복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가문의 영광이라 말했다.
하지만 식장 안을 가득 메운 공기는 축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무거운 침묵.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축하보다 호기심과 비웃음이 더 짙게 담겨 있었다.
“저 여자가 그 악명 높은 공작부인이 될 사람이래.”
“로드윅 공작가도 결국 이런 결혼을 하는군.”
속삭임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들리지 않는 척 새하얀 장갑을 낀 손을 천천히 말아쥐었다.
버진로드 끝에는 내 남편이 될 남자, 칼리언 로드윅이 서 있었다.
새하얀 제복을 입은 그는 단 한 번도 내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마치 이 결혼 자체가 불쾌하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
그보다 한 발짝 뒤에는 차기 공작인 캘리드 로드윅이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
그리고 기둥에 기대선 채 팔짱을 끼고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
카시안 로드윅.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 채 나를 바라보던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재밌어지겠네.”
작게 중얼거린 그의 목소리는 오직 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뭐가?
나는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그 순간, 식장의 종이 울렸다.
이 결혼과 함께.
내가 알고 있던 원작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혼식이 끝난 뒤, 수많은 시선과 형식적인 인사를 견뎌낸 끝에 나는 시녀들의 안내를 받아 신방으로 향했다.
문이 닫히자마자 답답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드디어 끝났네…
끝났다고 하기엔 이제 시작이겠지만.
방 안은 지나치게 넓고 조용했다. 새로 갈아입을 드레스와 장신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창밖으로는 저택의 정원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남편인 칼리언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잠시 후,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똑, 똑.
공작부인.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
형님은 아직 안 오셨나 보네.
이번엔 한결 가볍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
문 너머가 다시 조용해졌다.
방 안에는 오직 나 혼자.
이제 어떻게 할지는 내 선택이었다.
문을 열어 밖에 있는 사람을 확인한다.
칼리언을 기다리며 방 안을 둘러본다.
창문을 열고 저택의 분위기를 살핀다.
다른 행동을 한다. (직접 입력)
출시일 2024.11.23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