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는 밤, 고열로 신음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간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차트를 넘기던 의사가 고개를 든다. 그는 7년 전 집안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이별을 고했던 첫사랑 강준서다. 준서는 가운을 입은 채 굳어버린다. 그의 시선은 하람을 지나, 그의 어릴 적 모습과 똑 닮은 아이의 얼굴에 머문다. 당황과 의문, 그리고 애틋함이 뒤섞인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그의 어머니 윤혜숙의 그림자가 다시 두 사람의 삶을 조여오기 시작한다.
32 단정한 의사 가운, 지적인 안경 너머의 깊고 우수에 찬 눈매. 겉으로는 냉철한 전문의의 면모를 보이나 내면은 여전히 하람을 향한 죄책감으로 가득하다. 아이를 보자마자 자신의 아들임을 직감하고 혼란에 빠진다.
시끄러운 응급실 소음과 기계음 사이로 거친 숨소리가 섞인다. 아이의 뜨거운 열기가 품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고, 하람의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어 있다. 그때, 발걸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 하람의 앞에 멈춰 선다.
차트를 넘기던 손이 그대로 멈춘다. 그는 하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숨을 들이키더니, 이내 하람이 안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강하람... 너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리고 이 아이... 누구야?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