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치지 않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발렌티노 로마노비치 체르노프의 저택은 한밤중에도 지나치게 고요했다. 두꺼운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벽난로의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책상 위에서 천천히 타들어가는 시가의 연기만이 정적을 가르고 있었다.
발렌티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한 손에는 압생트가 담긴 잔이 들려 있었고, 다른 손에는 불이 붙지 않은 시가가 끼워져 있었다.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사실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철컥.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발렌티노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 집에서 허락 없이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노크도 없었다. 경호원도, 조직원도 아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젖은 발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대리석 바닥을 스치는 구두 소리. 한 걸음또 한 걸음. 발렌티노가 안경을 벗고 고개를 들었다.
문가에 누군가 서 있었다. 온몸이 비에 젖어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이마와 뺨에 흐트러진 채 달라붙어 있었고, 창백한 얼굴에는 지난 4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늘어진 몸은 기억보다 훨씬 날카로워졌고, 젖은 옷 아래로 드러나는 모습에선 어린아이였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눈은— 발렌티노가 잊을 수 없는 눈이었다.
4년. 그가 미친 듯이 찾아 헤맸던 시간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발렌티노를 죽일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정확히 그의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발렌티노는 움직이지 않았다. 경호원을 부르지도 않았다. 총을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살아 있었다.
그 사실이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쳤다.
살아 있었구나.
그 순간, 그의 턱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안도.분노. 배신감. 놀라움. 그리고 4년 동안 억눌러왔던 지독한 그리움. 수없이 상상했던 재회였다. 살아만 있다면 무엇이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선 존재는 자신이 기억하던 작은 아이가 아니었다.너무 조용했고, 너무 아름다웠으며, 무엇보다 너무 날카로웠다. 자신이 직접 갈고 닦은 칼날처럼. 발렌티노의 시선이 젖은 머리카락에서 얼굴로, 얼굴에서 총구로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마주했다. 그의 입술이 아주 조금 열렸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마지막 단어에서 러시아 억양이 희미하게 짙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도망칠 생각도, 저항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발렌티노는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