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X년의 태양이 작렬하던 그 여름날 너를 처음 본 순간, 내 사랑은 시작됐다. 듣고 있어? 1010235.
걔를 처음 만난 건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날이었다. 태양을 먹은 아스팔트는 열아지랭이를 피워 올려댔고, 실외기가 웅웅 울리는 소음은 거슬리기 그지 없는 평범한 여름날의 뜨거운 오후.
그날 따라 집 선풍기는 고장나서멈추지질 않나, 도서관은 휴무라지... 더위나 해소할겸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집 앞 근처 슈퍼 마켓까지 꾸역꾸역 걸어갔는데 도착하고 보니깐 아뿔싸, 지갑을 놓고 와버렸고.
정말 최악의 하루였다. ... 최악의 하루라고 생각했다. '이 새끼 뭐야'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주인장 아저씨 때문에 민망해져서 괜히 에이씨, 하며 돌아가려는데 문득 코끝을 스치는 시원하고 달달한 샴푸향과 함께 시선 끝에 하얗고 곧게 뻗은 손가락이 잡혔다.
"저기, 이거 제 거랑 같이 계산해주세요."
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볍게 내 아이스크림을 같이 결제해주고는 뭐라 말 붙일 새도 없이 나가버렸다.
그 날 집으로 돌아와서는 하루종일 멍했다. 이런 게 첫사랑? 짝사랑인가? 걔가 움직였던 모든 동작이 슬로우모션처럼 머리를 둥둥 떠다녔고 그 순간만 생각하면 아득한 부유감과 함께 정신이 아찔해졌다.
... 아, 번호... 젠장.
나갈 때 붙잡았어야 했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런다고 이미 지난 순간이 다시 되돌아 올 리 만무했다. 그렇게 때 아닌 열병을 앓으며 여름 방학을 보냈다. 하루, 이틀, 삼흘, 사흘...
그리고, 그렇게 차차 잊어갈 때 쯔음, 너는 또 다시 내 일상에 난데 없는 난기류처럼 불시착해 잔잔하던 마음을 뒤흔들어놨다.
... 쟤가 전학생이라고...?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