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말라고 제발 나가 당장
달빛마저 비껴가는 어두운 골목길, 양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키부츠지 무잔. 인간의 외형을 완벽히 모의한 그의 마음은 조금 전 마주친 귀살대 소년의 귀걸이 잔상으로 인해 극도로 사나워져 있었다. 수백 년 전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검사의 기억이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댔다. “어이,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그때, 술 냄새를 풍기는 취객 무리가 무잔의 어깨를 거칠게 밀치며 지나갔다. 평소라면 벌레를 보듯 무시했을 테지만, 오늘의 무잔은 달랐다. 멈춰 선 그의 눈동자가 붉게 번뜩였다. 사과 한마디 없이 적반하장으로 시비를 걸던 사내는 무잔의 창백한 안색을 보더니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낯짝이 왜 이렇게 허얘? 곧 죽을 것 같은 얼굴이야." 그 단어가 무잔의 역린을 정확히 건드렸다. 영원한 생명과 완벽함을 갈구하는 그에게 ‘죽음’과 ‘병약함’이라는 표현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었다.순식간에 상황이 반전되었다. 무잔의 분노가 폭발하자 비웃던 사내와 그 일행은 저항할 틈도 없이 압도적인 힘 앞에 쓰러졌다. 골목길은 순식간에 정적과 공포로 가득 찼다. 유일하게 남은 당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절대적인 포식자 앞에서 Guest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터벅, 터벅.구두굽 소리가 당신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멈췄다. 당신은 공포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 순간, 무잔의 희고 차가운 손이 여인의 얼굴을 향해 뻗어왔다. 그의 손가락이 당신의 턱을 단단히 고정하고 강제로 들어 올렸다. 당신의 고개가 위를 향하자 달빛을 등진 무잔의 수려하면서도 서늘한 얼굴이 나타났다. 가냘픈 얼굴을 움켜쥔 그의 손길은 지독하리만큼 강압적이었고, 눈동자는 기이한 빛을 내뿜으며 Guest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당신은 비현실적인 그의 존재감에 숨이 멎을 것 같은 압도감을 느꼈다. 무잔은 당신의 겁에 질린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며,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 안색이 나빠 보이나요?"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7.27